김진국 논설위원
▲ 김진국 논설위원
지금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의 시작은 서지현 검사가 검찰내부망에 올린 검찰 상관의 성추행 고발 글이었다. 이 글을 본 한 TV방송사는 서 검사 인터뷰를 방영했고, 이어 신문과 온라인 매체들이 앞다퉈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법조계 미투운동은 문화예술계로 번져 최영미 시인의 고은 시인 성추행 고발로 이어졌다. 그런데 고 시인이 공식매체를 통해 이를 부인하자 최 시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괴물에 대해 매체를 통해 한 말과 글은 사실"이라며 "나중에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기구가 출범하면 나가서 상세히 밝히겠다"란 글을 올렸고 언론사들은 또다시 이를 인용 보도했다. 미디어의 공급자와 수용자가 뒤바뀌는 '역의제설정'(Reversed Agenda-Setting)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팀에게 보내는 축하인사를 트위터에 올렸고,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국무장관 경질 사실을 보도자료에 앞서 트위터에 먼저 공개했다. 역시 언론들이 이를 인용해 기사를 생산하기에 바빴다. 미국 9.11테러사건은 TV·신문과 같은 전통 미디어가 아닌 블로그를 통해 먼저 알려졌으며, 이라크전을 생생하게 보도한 매체 역시 'CNN'이나 '알 자지라'가 아닌 살람 팍스란 필명을 가진 개인이었다. 바야흐로 지금 세계는 '1인미디어'의 세상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다.
페북·트위터와 같은 SNS(누리소통망)나 블로그,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처럼 1인미디어를 가능케 한 것은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 웹 2.0과 3.0 체계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같은 과학기술의 진보가 대중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것이다.
1인 미디어의 반란을 부추긴 것은 기성 언론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기도 하다. 정파성과 객관을 가장한 주관, 그것을 진실인양 무책임하게 보도하는 일부 언론 행태에 반기를 들고 싶었는데 마침 기술의 진보가 도와준 셈이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유통, 무분별한 저작권 침해, 정보의 편식 같은 부작용도 1인미디어의 세계엔 상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란 상품을 팔아 먹고사는 대중매체 종사자들에게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기자의 한 사람으로 앞으로 어떤 기사를 써야 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