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손길따라 낭만이 춤춘다
▲ 파블로 페란데스
인천 서구문화재단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까지 러시아의 서정과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연주회로 시민들에게 첫 인사를 건넨다.
지난 1월 출범한 인천서구문화재단(이하 재단)이 3월22일 오후 7시30분 서구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창립기념 공연으로 'KBS교향악단 초청연주회'를 연다.

연주회는 '로맨틱 센티멘털리즘(Romantic sentimentalism)'이라는 주제로, 러시아 작곡가들이 남긴 서정과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이날 음악감독이자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인 요엘 레비가 악단을 이끌며, 차세대 첼리스트로 떠오른 스페인 출신 파블로 페란데스가 협연한다.

1부는 무소륵스키의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으로 막이 오른다. 회오리바람이 불어오듯 무시무시한 분위기로 시작되는 교향시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은 19세기 관현악 작품들 가운데 매우 독창적이고 특별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무소륵스키는 러시아 남부 키예프의 '트라고라프'라고 불리는 산에서 매년 6월24일마다 열리는 성 요한제의 전설에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다고 전해진다.

전설에 의하면 성 요한제 전날 밤에는 온갖 마녀와 귀신들이 민둥산에 모여 악마를 기쁘게 하는 잔치가 벌어지는데, 그들이 벌이는 기괴한 연회 장면이 이 곡에서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거칠면서도 흥미진진한 느낌의 이 음악은 대담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어 오늘날 오케스트라의 어린이 음악회의 단골 레퍼토리로 연주될 뿐만 아니라 디즈니의 유명한 만화 영화 '판타지아'에도 쓰인 바 있다.

이어 러시아 음악의 혁신가 프로코피예프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가 울려 퍼진다. 스탈린 정권의 압력 속에서도 자유로운 표현과 특유의 해학성을 잃지 않은 걸작으로 꼽히는 곡이다.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프로코피예프가 1938년 '첼로 협주곡 e단조'라는 이름으로 한 초연에 실패한 뒤, 1952년 '첼로협주곡 2번'으로 개정판을 낸 곡이다. 당시 피아노의 거장 스비아토슬라프리히테의 지휘, 로스트로포비치 연주로 화제를 모았다.

프로코피예프는 개정판에도 만족하지 않고 1953년 숨을 거두기 전까지 계속 고쳐, 비로소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란 이름의 악보를 완성했다. 독주자가 등장한다는 면에서 협주곡적이고 협주자가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향곡적으로, '협주 교향곡'이란 뜻의 작곡 양식을 띠고 있다.

2부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 b단조'로 시작된다. 예민한 감수성으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인간 차이콥스키가 느낀 절망의 심연을 가장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비창(Pathetique)'이라는 부제만큼이나 애절하고 비장한 선율이 인상적이다.

총 4개의 악장으로 이뤄진 이 곡의 제1악장은 슬픔과 운명에 대한 체념, 죽음 등을 어둡고 낮은 음색으로 그린다. 왈츠 풍의 제2악장은 러시아 민요에 사용된 독특한 박자와 친밀한 선율로 향토색이 짙고 경쾌하면서도 허무한 느낌을 준다.

제3악장은 2악장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춤곡과 행진곡풍으로 선율이 변화되고, 제4악장은 비운의 운명을 탄식하며 느리게 진행되다가 비통하고 쓸쓸하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조용히 끝을 맺는다.
"과장 없이, 모든 영혼을 이 작품에 쏟아 넣었다"는 차이콥스키의 말처럼 그의 인생의 축소판인 곡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 출신의 요엘 레비 지휘자는 1978년 브장송 국제 젊은 지휘자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브뤼셀 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 지휘자, 내셔널 일 드 프랑스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거쳐 2014년부터 KBS교향악단 제8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이종원 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인천 서구에서도 국제적 수준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동시에 다양한 예술 장르와 대중적 작품도 병행하겠다"고 전했다.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이며, 예매는 인터파크티켓(1544-1555)과 엔티켓(1588-2341)에서 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재단(032-579-1150)으로 문의하면 된다.

/글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사진제공=서구문화재단



세계 지휘자 감동시킨 파블로 페란데스 … 차세대 거장의 첫 한국무대


한국에서 처음 연주하는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는 2016년 세계적 권위의 음반상인 국제클래식음악상(ICMA)에서 '올해의 젊은 음악가상'을 수상하고, 제15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와 제5회 국제 파울로 첼로 콩쿠르에서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음악가로서의 이름을 알렸다.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로부터 "훌륭한 기교, 깊은 음악성,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모두 갖춘 젊은 첼리스트"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안네 소피 무터, 기돈 크레머,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 거장과 호흡을 맞추며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차세대 거장으로 입지를 마련했다.

2016~2017 시즌에는 베를린 필하모니에서의 첫 무대인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DSO)와의 협연, 안네 소피 무터와 런던 필하모닉과 협연한 브람스의 더블 콘체르토, 크레메라타 발티카와의 유럽 투어 공연을 가졌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BBC 필하모닉·RAI(이탈리아 방송협회)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스페인 국립 심포니 등과의 협연에 이어 예루살렘 국제 챔버 뮤직 페스티벌, 시베리아 횡단 아트 페스티벌 등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이번 시즌에는 밤베르크 심포니웅 시작으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베를린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의 협연을 가졌으며 취리히 톤할레 대극장,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드레스덴 페스티벌, 시베리아 횡단 아트 페스티벌 등에서 연주했다.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인토네이션즈 페스티벌, 크론베르크 페스티벌, 산탄더 페스티벌 등 전세계 유수의 음악 축제에서 초청을 받았다.

첫 앨범은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실황으로, 드보르자크와 슈만의 첼로 콘체르토를 연주하여 큰 호평을 받았으며 크레머가 이끄는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두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

1991년 마드리드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파블로 페란데스는 13세에 소피아왕비 고등음악원에 입학해 나탈리아 샤코브스카야를 사사하였고, 이후 크론베르크 음악원에서 프란스 헬머슨을 사사하였다. 일본음악재단의 후원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 'Lord Aylesford'(1696)를 사용하고 있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