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규 지음, 선인, 568쪽, 2만5000원
'백마 탄 김 장군', '원조 김일성'으로 불린 독립투사 김경천 장군의 본격 평전이 소설가 이원규의 저술로 세상에 나왔다. 평전은 자료와 현장감, 저자의 시각, 읽는 재미가 성패를 좌우하는데 이 책은 일본국립공문서관, 러시아 문서보관소 등에서 찾은 수많은 자료와 필자가 찍은 현장사진을 비롯해 70여장의 사진이 들어 있다. 주석 200여개에, 참고문헌 목록도 10쪽에 달한다. 그런가 하면 소설가다운 유려한 문체로 인물의 내면을 그려내 독자를 웃게 하고 분노하게 하고 슬픔에 잠기게 한다.

남북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오늘, 그 원인이 일제통치와 민족분단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독립투쟁을 돌아보게 한다. 이 평전은 독립투쟁 전반을 통찰하게 만든다. 친일 인물과 후손들의 영화로운 삶과, 고난 속을 살아온 김경천의 후손들의 삶도 대비시켰다. 그리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역사가 개인의 운명을 어떻게 휘감아 버리는가를 보여준다. 한 위대한 인물이 민족의 역사를 어떻게 뒤 바꿀 수 있는가도 보여준다.

이원규는 1947년 인천에서 출생, 인천고와 동국대학교를 졸업하고, 동국대에서 오랜 기간 소설과 논픽션을 강의했다. 1984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겨울무지개>, 1986년 <현대문학> 창간 30주년 장편공모에 베트남 참전 경험을 쓴 <훈장과 굴레>가 당선됐다. 인천과 서해를 배경으로 분단문제를 다룬 소설들을 주로 썼으며 분단에 대한 진보적 시각을 온건하게 표현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작집 <침묵의 섬>, <깊고 긴 골짜기>, <천사의 날개>, <펠리컨의 날개>, 장편 <훈장과 굴레>, <황해>, <마지막 무관생도들>, 대하소설 <누가 이 땅에 사람이 없다 하랴>, 독립전쟁 현장 답사기 <저기 용감한 조선 군인들이 있었소>(공저) 등을 출간했다.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박영준문학상, 동국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젊은 날 위험을 무릅쓰고 여행했던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지 답사노트를 바탕으로 10여년간 <약산 김원봉>, <김산 평전>, <조봉암 평전> 등 평전을 썼다. 세 권은 사회주의 독립투사, 혁명가였는데 이번 김경천은 민족주의자라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민족사의 제단에 자신을 던진 지사(志士), 억울하게 죽고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진 인물이라는 것, 팩트를 우선으로 삼고 빈자리를 소설로 채웠다는 것은 같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