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창살·수저까지 목공 조각
창고 인수해 갤러리로 탈바꿈
신진 예술가 마음껏 누렸으면
사방에 널린 크고 작은 나무들은 저마다 매력을 과시했다. 장작 타는 냄새는 작업실 입구부터 코끝을 휘감았다. 사방의 집기들은 나무가 아닌 것이 없었다. 나무로 만든 나라가 있다면 이 곳이었을까?

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한 남자가 따뜻한 난로가 있는 곳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목공예 조각가이자 복합문화공간인 갤러리 '잇다스페이스'(인천 중구 참외전로 172-41)의 정희석 대표다. 그와 만난 곳은 갤러리 건너편에 마련한 정 대표의 목공예 작업실이었다.

"저는 명함을 직접 만들어 드려요."
스프링 노트 한 켠을 적당한 크기로 비뚤게 자른 뒤 프로필이 새겨진 도장을 찍어 즉석에서 명함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낸 정 대표였다. 뼛속부터 예술가였던가. 그의 창작물 하나는 그렇게 또 탄생됐다.

유년시절부터 유독 손재주가 좋았던 그는 요리사가 꿈이었다. 막연히 꿈을 쫓던 정 대표는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은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했다.
"요리를 하기 위해 어느 학과를 가야하는지 정보가 부족하던 시절이었어요. 식품영양학과는 요리와 관련이 있겠다고 싶어 무작정 진학 했죠."

꿈 앞에서는 앞뒤 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그였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골동품에 관심 많았고 수집해 놓은 골동품들이 망가지자 직접 수리를 했다. 이를 기점으로 만난 한국가구학교 김석범 은사는 그를 본격적인 목공예 조각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그는 목재 가구 하나를 단순한 집안 세간살이로 여기지 않는다. 그에게 가구는 조형물이자 예술 작품이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가구는 조형으로만 기능해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는 나무 한 자루만 쥐어 주면 어느 새, 그 걸 작품으로 바꿔친다.

그는 3년 전 인천 배다리와 신포동, 차이나타운의 교차점쯤 되는 곳에 있는 낡은 창고 건물 하나를 인수했다. 남루했던 창고는 그의 손을 거쳐 번듯한 갤러리로 탄생했고, 공이 깃든 이 공간을 갤러리라 하는 것이 거북했다. 그는 이 곳을 '공간'이라 강조하며 배다리와 신포동을 '잇는', 그리고 사람과 문화를,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의 의미로 '잇다 스페이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잇다 스페이스는 신진 아티스트들의 유입을 목표로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나아가 인천의 문화 발전을 위해 마련됐다.

"젊고 배고픈 예술가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이 곳이었으면 해요. 또 문화인들과 연결할 수 있는 허브가 되길 희망하죠." 잇다 스페이스는 단순히 전시만 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고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꿈꾼다.

나무의 연금술사 정 대표가 빗어낸 잇다 스페이스는 봄손님 맞을 채비를 이미 끝냈다.
"전국에서 많이들 찾아 오시지만 특히 인천 시민분들이 많이 찾아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곳이 인천 문화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글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사진제공=정희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