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수 과천담당 국장
과천시는 행정도시로 형성되기 전엔 전형적인 시골이었다. 당시 원주민들의 일과는 땔감을 지게에 지고 남태령 고개를 넘어 서울 사당동 시장에 팔아 그 돈으로 자녀 학비를 내주고, 농사에 필요한 비료와 농기구를 구입하며 '호구지책'으로 생활해 왔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975년 수도권 인구소산 계획에 따라 주민들에게 이주 보상금과 토지 보상금을 지급했고, 보상을 받은 일부 주민은 과천을 떠났다. 어떤 이들은 받은 보상금으로 경마에 탕진해 쪽박을 차기도 하고, 대토를 해 지금까지 잘 살기도 한다.

정부는 1979년 제2청사 건립계획에 들어가 청사 1, 2동을 착공, 정부과천청사 시대를 열었다. 당시 과천청사엔 보건사회부, 과학기술처가 입주했고 이어 1983년 1월 건설교통부, 법무부, 농림수산부가 입주했다. 1986년 1월엔 상공부, 재무부, 노동부, 동력자원부가 입주했다. 또 1994년 1월엔 교통부, 환경처가 입주했다.

1978년 과천신도시계획에 따라 정부과천청사 배후도시로 건설되면서 과천은 1986년 시로 승격돼 오늘에 이르렀다. 과천시와 과천청사 상생관계 형성과 행정도시로서 시민들의 자긍심도 꽤 높았다. 그런데 2012년 6개 기관 3705명이 세종시로 이주(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부, 환경부)하는 등 8개 기관이 옮겨갔다. 현재 남은 기관은 법무부(961명), 과학기술통신부(950명), 방송통신위원회(220), 방위사업청(1천850) 등뿐이다. 이로 인해 현재 청사는 공동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사정인데도 내년 8월 과기부 세종시 이전 발표로 요즘 과천시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어수선하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과기부 과천 존치를 위해 지난달 28일 지역 사회단제장과 시민 등 350여명과 함께 과기부 세종시 이전대책 공청회가 예정된 자리에 몰려가 "이전 계획을 철회하든지 아니면 연기를 하든지 그 이상 상응하는 대책을 세우라"며 시위를 벌였다. 신 시장은 현장에서 삭발식을 감행하는 등 과기부 과천 존치를 위해 몰입하고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60)씨는 "가뜩이나 요즘 아파트 동시 재건축을 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떠나면서 영업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 종업원 인건비도 제대로 줄 수 없는 지경이다 보니 걱정이 태산이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과천시의 이런 사정을 감안해 상응하는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