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실장
'평화' '평양' '평창'을 오락가락하던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대북특사도 곧 평양으로 떠날 참이다. 북한 대표단을 그 옛날 중국 황제의 칙사처럼 떠받든 성과인 모양이다. 우리 정부에 그들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갖고서만 미국과 대화하겠다고"고 통보했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애처로울 정도로 대화를 간청했을 때 그들이 던진 말이 있다. "제 푼수도 모르는 가소로운 대화의 조건 타령", "처지에 어울리지도 않는 헛소리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자기 몸값에 맞는 의자에 앉아 입 다물고 있어야"라고 꾸중했다. 이제서야 무슨 뜻이었는지 알겠다. 100% 비핵보유국 주제에 감히 핵보유국에 푼수도 모르고 나댄다는 얘기였구나. ▶지난해 11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개집 접근 방식(doghouse approach)'이라는 낯선 용어가 많은 한국인들을 찔끔하게 했다. 당시 중국이 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국을 거칠게 다루는 방식이 마치 '개집 가두기 방식' 같다고 분석한 것이다. '중국은 상대방이 하는 행동이 마음에 안들면 바뀔 때까지 괴롭힌다. 그래도 안되면 상대를 개집에 가둬 벌을 준다. 그래도 여전히 변하기를 거부하면 적절한 처벌 기간을 둔 후에 상대를 개집에서 꺼내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굴면서 상대가 고마워 하도록 만든다' 이후 국빈으로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혼밥'을 하게 하거나 수행 기자단을 '개' 패듯이 한 행태도 '개집 방식'이어야 설명이 가능했다. ▶이제 그 '개집 방식'을 핵보유국을 자처하는 북한이 우리에게 들이미는 느낌이다. 굳이 '평화'올림픽이었다고 하지만 그 반대는 뭐란 말인가. 올림픽 기간 중 그들 비위를 맞추지 않았다면 우리 인천의 어느 섬에 또 다시 포탄이라도 퍼부었을 거란 얘긴가. 그렇다면 그러한 북한과도 언제까지 '우리끼리'라고 해야 하는가. 북한 덕분에 평화올림픽이 됐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의 '개집 가두기'는 성공한 셈이다. 합의된 사항을 한밤중에 일방적으로 취소하곤 한 것도 '개집 가두기'였나. 그 때마다 우리 정부는 애꿎은 언론 등에 화살을 돌렸다. 천안함 폭침 주범을 감싸거나 대북 제재를 일시 풀어 주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한국처럼 다루기 쉬운 상대도 없다'고들 한다. 이제 '개집 방식'은 돌아가면서 한국을 '동네 북'으로 만들 것이다. 어느 날 핵보유를 선언하고 나올지도 모를 일본도, 근육질의 러시아도 한국을 개집에 가두고 싶어할까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