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경제부 기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최근 북인천복합단지 매입을 공식 선언했다. 서구 경서동에 위치한 82만8000㎡ 규모의 북인천복합단지는 땅 주인 인천항만공사가 9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팔지 못한 부지다. 2800억여 원의 땅값을 20% 할인했음에도 말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에게 매입 추진 배경을 물었다. 그는 인천경제청이 남의 땅을 사는 사례는 거의 없지만 냉철하게 보면, 방법론상 차이일 뿐 외국인 투자 유치가 고유 업무인 점을 고려했을 때 인천경제청 업무 영역에 해당한다는 설명을 내놨다. 송도국제도시처럼 공유수면 매립 단계에서부터 도시조성까지 전 과정을 추진하는 게 정석이지만, 북인천복합단지처럼 이미 매립을 완료한 부지를 사들여 개발하는 것도 전략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럴 듯한 설명이었다.

가장 큰 북인천복합단지의 위험부담으로, 부지 개발을 항만시설용으로 제한하는 '공유수면 매립 목적' 변경 방법도 제시했다. 경제자유구역과 산업단지로 지정되면 매립 목적이 변경된 것으로 간주돼 복합레저단지와 도시첨단산업단지, 드론 등 특화산업단지 등 개발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민간인이 북인천복합단지를 매입해 이런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면 특혜 시비를 낳을 수 있으니, 인천경제청이 직접 추진해야 한다는 첨언도 했다.

그런데 이 관계자는 한 달 전 "인천경제청은 북인천복합단지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던 인물이다. 당시 인천경제청의 북인천복합단지 매입설이 돌아 진위 여부를 확인했는데, 북인천복합단지 매각 입찰이 9번 유찰됐음을 지적하며 "민간인들도 거들떠보지 않는 땅을 인천경제청이 매입할 이유가 없지 않나. 설령 부지 매입 계획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예민한 내용을 누가 외부에 공개하겠는가."라는 답을 내놨었다. 인천지역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공공기관의 정책이 한 달 새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0억원대 부지를 매입하는데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도 생략하고 내부 검토만 거친 채 성급하게 북인천복합단지 매입을 선언한 것도 상식 밖이다. 부지 매입 예산을 세우려면 인천시의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험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을 쥔 인천경제청에 투기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간다. 여러 의문 속에 이를 생각하면 인천경제청의 '이상한 행보'에 의문이 쉽게 풀린다. '6월 지방선거', '서구 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