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용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원   
우리나라와 중국은 역사·문화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게다가 우리와 중국 사람은 생김새까지도 선뜻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닮아 있다. 그래서 누가 보더라도 한국과 중국 민족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렇지만 주로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거나 침대와 탁자에서 입식생활을 한다는 점,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점 등을 보면 중국인들이 우리보다는 유럽인과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유전공학을 통해 각 민족이 어떤 이동경로로 지금의 터전에 자리를 잡았는지 밝혀지고 있다. 현재 현생 인류의 조상인 사피엔스는 약 16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탄생하였다. 이들이 약 10만년 전에 아프리카를 떠나 아시아 대륙 북쪽 초원길을 거쳐 바이칼 호수 부근에서 우리 민족의 유전자를 형성하였다고 본다. 이들이 한반도로 이동·정착해 오늘날 한국인으로 되었다면, 중국인의 조상인 사피엔스들은 아프리카를 나와 아라비아 반도 쪽을 지나 한 무리는 인도로 내려가고 다른 한 무리가 지금의 중국에 정착하여 살아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우리와 중국 민족의 뿌리가 다름은 오늘날 각각 사용하는 말의 뿌리가 다른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예전에 학교에서 우리말이 우랄알타이어계에서 나왔다고 배웠지만, 학술적으로는 우랄어와 알타이어를 함께 붙여서 부르지는 않고 우랄어계 혹은 알타이어계를 따로 구분한다. 그런데 우리말이 우랄어와 알타이어계 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어 어느 쪽 계열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애매함 때문에 합쳐서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반면 중국어는 우리말과는 달리 인도어와 함께 서구 유럽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인도유럽어족에 가깝다.

언어가 그 민족의 뿌리와 특성을 밝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점에서 볼 때 세종께서도 "나랏말씀이 중국과 다르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말과 중국어는 그 태생부터 다르다. 우리말과 중국어가 어떻게 다른지 실제 예문을 들어보자면, 우리말은 "나는 너를 사랑하다"와 같이 "주어+목적어+술어"의 구조를 갖고 있는 데 비해 중국어는 "워(我)+아이(愛)+니(?)"라고 하여 "주어+술어+목적어"의 구조이다.
중국어는 우리말보다는 "I+love+you"라고 말하는 영어와 어순은 물론 주어나 목적어를 나타내는 격조사(~는, ~를)가 없는 것 등 영어와 유사한 점이 많다. 예로부터 어떤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할 때 흔히 그 사람의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겉으로 드러난 기품, 말씨, 문필, 판단력을 기준으로 삼았던 것처럼 각기 사람은 물론 각 민족마다의 고유한 문화는 그들의 말이나 글, 행동, 생각하는 방식 등을 통해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 중 말과 글이야말로 그 민족을 대표하는 문화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의 한자(漢字)와 유교(儒敎) 문화에 깊은 영향을 받았지만, 우리는 우리 말과 글을 가지고 있고 우리만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며 오늘날까지 이어왔다. 그렇지만 한때 세계제국을 호령하던 만주족은 물론 중국 주변에 있었던 많은 나라와 민족이 자기 말과 글 그리고 고유한 민족문화까지도 잃고 오늘날 중국의 일부로 편입·흡수되어 버려서 그 자취도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 전통을 상징하는 우리말과 글의 소중함을 거듭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