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처음으로 찾았던 것은 1990년대 초 동구권이 붕괴되면서였다. 프라하의 첫 인상은 고색창연하면서도 옛 건축물들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성으로 꼽히는 프라하성과 성 비투스 대성당, 그리고 까를교(橋)의 장엄한 위용은 유럽의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대성당 정면에 있는 600년 된 대형시계가 시민들에게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고 있는 것도 놀라웠다. 1410년에 제작된 대형시계는 정확한 시간뿐 아니라 태양과 달, 그리고 별들의 위치까지 알려주는 프라하의 명물로 꼽히고 있었다. 그러나 6세기동안 체코의 명물로 꼽히던 시계가 최근 멈추고 말았다. 멈추어버린 오로즈(ORLOJ) 시계의 수리를 맡게 된 스카라씨는 오래된 부속품들을 교체하고 외부 조각과 색채도 가급적 원형대로 복원하겠다며 수리작업에 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성당이자 관광명소인 노트르담 대성당도 돌조각들과 첨탑 손상 등으로 전면보수를 위한 모금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12세기에 축조된 노트르담은 프랑스 주요행사에 이용되며 연간 14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 중 명소로 꼽히고 있는데,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위해서는 1억유로(1350억원)가 필요하다는 추산이다. ▶영국 런던의 대표적 명소로 꼽히는, 의회민주주의 산실이기도 한 하원의사당도 전면보수공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19세기에 완공된 의사당 건물은 외부는 물론 건물 내부의 배관시설 등이 노후해서 수년 후 임시의사당이 마련되면 6년간의 보수공사가 필요하다. 소요예산만도 무려 35억파운드(5조5000억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전제로 영국 하원은 보수공사를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고딕식으로 만들어진 의사당 건물을 포기하고 새 건물을 짓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의회민주주의 상징인 기존 의사당을 보수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구대륙이라고 불리는 유럽의 도시들에는 수백 년 된 건물들을 보존하면서 주요 관공서나 기관들이 계속 사용하고 있다. 파리시내 아파트들도 대부분 100년이 넘은 것들이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재건축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처음부터 견고하게 지어졌기 때문에 문화재적인 평가를 받는다. 세계적인 건축가로 꼽히는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현대식 콘크리트 아파트의 시조인 마르세유의 위니테 다비타시용은 1952년에 지어졌으나 66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