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빈, 넘어져도 침착하게 '터치'
김예진, 혼란 속에도 집중력 발휘
▲ 20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는 이유빈(가운데)과 김예진(오른쪽). /강릉=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메달을 따게 해준 언니들에게 고맙고 감사합니다."

20일 저녁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3000m 계주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막내 김예진(19·평촌고/한국체대 입학예정)과 이유빈(17·서현고)도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둘은 이번 올림픽에서 개인전엔 출전하지 못했지만 3000m 계주 예선과 결승에서 닥쳤던 팀의 위기를 거뜬히 이겨내고, 언니들만큼 제 몫을 톡톡히 해낸 당당한 10대 선수다.

스케이트장에서 주는 사탕을 받고 싶어 쇼트트랙을 시작했다는 이유빈은 2001년생으로 팀원 중 가장 막내다.

2017년 세계 주니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며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종합 3위에 올랐다.

또 첫 시니어 무대인 2017/2018 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 출전, 주 종목인 10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대한민국 쇼트트랙을 이끌어 갈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평창 대표팀에 합류한 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에 대한 부담도 느꼈지만 이유빈은 실전에서 담대한 모습을 보여줘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 10일 펼쳐진 3000m 계주 준결승전에서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최민정과 곧바로 손터치를 했고, 결과적으로 우리 대표팀은 반 바퀴 이상 벌어진 거리를 따라잡은 것은 물론, 올림픽 기록까지 세우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기적을 보여줬다.

20일 결승전 주자로는 나서지 않은 이유빈은 금메달이 확정된 후 "예선전 때 넘어져서 솔직히 당황을 많이 했는데 바로 민정 언니가 달려와 줬다. 이후에 정신 차리고 달렸던 기억밖에 없다"며 "언니들이 멋진 경기를 펼쳐 메달을 따게 해줘서 고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김예진도 20일 결승에서 침착한 모습으로, 우리 대표팀이 올림픽 통산 6번째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7살 때 사촌오빠를 따라 스케이트를 타다 쇼트트랙에 입문한 김예진은 2016/2017 시즌 월드컵 5차 대회 500m 종목에서 은메달을, 6차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하며 잠재력을 보여줬다.

지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종합 4위에 올라 대표팀에 합류했다. 힘겨운 훈련 끝에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고, 10일 열렸던 준결승에서 드라마처럼 1위로 올라온 결승전.

중반 이후 맏언니 김아랑이 역주를 펼쳐 27바퀴 중 4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선두권 추격에 성공한 뒤 김예진과 터치를 할 때 넘어졌고, 이로 인해 캐나다와 이탈리아 선수가 쓰러지면서 우리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김예진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채 레이스를 이어갔고, 이를 이어받은 최종 주자 최민정이 엄청난 스퍼트로 중국을 따돌리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림픽 2연패이자, 통산 6번째 금메달이라는 위업이었다. 그리고 이 현장에 둘은 10대의 나이로 함께 있었다. 또 그렇게 둘은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대들보로 한층 더 성장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