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수 위한 결정" 부모 "절차 부당" 감사 요청
37년 전통을 자랑하는 인천 서흥초교 야구부가 해체된다. 하지만 야구부원과 학부모들은 해체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며 인천시교육청에 감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학교 측은 절차상 하자가 없다며 야구부원 학부모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인천 서흥초등학교는 이달 5일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 임시회의를 열고, 야구부 해체 관련 안건을 원안, 통과했다고 21일 밝혔다. 투표에 참석한 인원 10명 가운데 9명이 찬성, 1명이 반대했다. 이날 결과에 따라 야구부는 이달 28일자로 해체하기로 결정됐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서흥초 야구부는 1981년 창단돼 250명의 선수를 배출한 명문이다. 현재 야구부원은 졸업생을 제외하고, 총 15명이다. 서흥초 야구부원과 학부모들은 야구부 해체 절차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구부 해체가 결정된 학운위에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없는 상황에서 투표가 진행된 만큼 심의 자체가 무효라고 반발했다. 당일 위원장은 학운위에 참석했지만 사안 자체가 워낙 첨예한터라 의견 차이 끝에 표결 전에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부 학부모들은 야구만 바라보던 선수들을 대책도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호소했다. 야구부원들은 일반 학생들을 위해 오후 4시 이전에는 운동장을 사용하지 않았다. 자체적으로 일반 학생들 학습권 보호를 위해 힘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외부 연습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학교는 일방적으로 야구부 해체만 고집했다고 지적했다.

야구부 학부모들은 결국 인천시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했고, 시교육청은 학교를 방문해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서흥초 야구부원의 한 학부모는 "야구부 아이들은 주말에 운동장을 사용하지 않았고, 쓰더라도 학교 측에 협조를 구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개학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아이들의 거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 측은 운동장을 사용해야 하는 다수의 학생을 위한 놀 권리 보장과 운동 시설 확충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김지국 서흥초교 교장은 "학교 밖 연습장 확보, 야구부 운영 학교 재배치 등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인천시 야구부 운영 초교에 협조를 요청했고, 학교장 추천서 발급 등 원하는 팀으로 이적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