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미투 운동' 번지자 상담 늘고 법적대응 적극 질문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범죄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번지면서 성폭력 상담을 요청하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피해 폭로 이후 문화계에서도 은폐됐던 문제가 잇따라 터지자 일반인들도 하나 둘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21일 여성긴급전화 1366 인천센터에 따르면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털어놓는 비율이 많아졌다. 부당함을 외치는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다는 게 상담사의 설명이다. 이는 그동안 인천센터에 가정폭력 상담이 주를 이룬 것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다. 집안갈등에 불과했던 가정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처럼 성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피해자들이 단순히 고충을 털어놓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법적 대응 같은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묻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인천센터 측은 여성노동자회나 좀 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을 연계하고 있다.

성폭력이 직장이나 문화계 등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유는 상하 관계가 뚜렷한 조직이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남동산업단지에서 사무직에 종사하는 김모(28·여)씨는 "남자 상사들만 있는 회식 자리에 업무 상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가 입에 담기 민망한 음담패설과 성희롱적 발언을 들었다"며 "수치심과 공포에 당장 그 자리를 빠져 나오고 싶었지만 앞으로의 회사 생활을 위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고 털어놨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인천지회 성폭력 상담소도 일평균 1~2건이었던 상담 횟수가 5건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에둘러 얘기하다가 상담소를 떠나고 만다.

윤진숙 인구보건복지협회 인천지회 성폭력 상담소장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지 오래지만 뿌리 깊게 자리한 가부장적 문화 때문에 성폭력이 자행되도 드러나지 못했다"며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성폭력이 더 이상 권력으로 무마될 수 없음을 알리는 긍정적 변화"라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