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채 김포 통진고 교사
지역 곳곳 다니며 전통과 만나농악 '조강치군패놀이' 복원도

"문화는 흐르는 물과 같다. 막힘없이 흐른다는 뜻이다. 때로는 산을 넘고 때로는 바다를 건너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사이를 흐른다."

이름조차 생소한 농악의 일종인 '조강치군패놀이' 복원에 성공한 통진고등학교(김포시) 정현채 교사는 지역전통 문화의 단절 없는 번영을 꿈꾼다.

"문화는 생명 그 자체이며 삶입니다. 우리가 숨 쉬며 사는 세상에 존재하고 늘 우리와 함께 호흡하기 때문에 지역 전통문화는 그 지역의 DNA와 같다고 할 수 있죠."

그가 강조하는 지역문화를 보존하고 새로운 시대의 문화로 창작될 수 있도록 뿌리문화로 이어 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에서 국제무역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아이들에게 상업정보를 가르치고 있는 그가 지역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0년 고향인 충남 부여에서 김포로 부임하고서부터다.

"고향 집 마당에서 늘 보던 옛 물건과 여느 농촌과 다르지 않던 풍경이 정겹고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통진두레놀이 전수를 위해 1993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직된 농악반 지도교사를 맡게 되면서 그는 김포지역문화와 새로운 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두레놀이 4대 상쇠 윤덕현 옹을 만나 학생들을 지도하며 1997년 제38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통진두레놀이'가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경기도 무형문화재 38호로 지정되는데 기여했다.
이후 그는 수업이 없는 날이면 김포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사라져가는 지역전통문화와 만났다.

지난해 열린 제21회 '경기도민속예술제'에서 처음 선보이며 예술상을 수상한 '조강치군패놀이'도 그 중 하나다.

이 놀이는 김포의 한강 3대 포구인 조강, 강령, 마근포구에서 풍어를 기원하던 농악 놀이었지만 남북분단으로 이들 지역이 민통선지역에 포함되고 물길이 막히면서 포구와 함께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었다.

정현채 선생은 조강리 마을을 찾아 마지막 상쇠였던 김성복씨를 만나 가락을 채보하고 구술을 토대로 사라져 가던 '조강치패군놀이' 를 복원해 냈다.

집을 세우기 위해 집터를 닦을 때 마을주민과 함께 하던 '지경다지기'를 발굴해 2006년 12월 처음으로 재현해 낸 것도 그가 있어 가능했다.

그러나 태어나고 자란 곳도 아닌, 그것도 수업에 바쁜 교사가 지역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대해 지역사회의 시선은 만양 곱지만은 않았다.

그는 "아이들 가르치는 게 일인데 '웬 딴 짓이냐'는 얘기도 적지 않았지만 이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개발이 한창이지만 아직 김포는 농경시대가 남긴 많은 공동체 문화가 들어내지 못하고 아직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역전문화의 훼손과 단절은 지역사회의 무관심에서 시작된다는 일침을 놓기도 했다. "과거 생활문화는 시대 변화에 따라 현대적 예술로 또는 공동체 놀이로 변화해 그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문화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에 없어지면 그만인 것이 아니다"라는 그가 진정 김포人 이다.

/권용국 기자 ykkw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