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강호와 5전 전패 성적에도
관중 '우리는 하나다' 열띤 응원
불청객 여론 속 손맞추며 융화
IOC 위원 "노벨평화상 받아야"
▲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지난 14일 오후 강릉 관동대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일본과의 경기에서 패한 뒤 응원단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강릉=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새러 머리 감독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대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웨덴과 7, 8위 결정전이 끝난 뒤 신소정과 포옹을 하고 있다. /강릉=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가장 뜨거운 화제 중 하나였던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비록 5전 전패의 초라한 성적이었지만, 남북의 자매들이 빠르게 하나의 팀으로 뭉치면서 강자들을 상대하며 보여준 투혼은 그 자체로 금메달감이자 평화올림픽의 상징이었다.

▲전패했지만, 투혼 불사른 단일팀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은 20일 강원도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웨덴과 7~8위전에서 1대 6(1-2 0-1 0-3)으로 졌다.

B조 조별리그 3경기에 이어 5~8위 순위 결정전 2경기에서도 모두 패한 단일팀은 이로써 5전 전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하지만 단일팀은 아이스하키 역사에 적지 않은 흔적을 남겼다.

먼저, 14일 조별리그 일본전에서 한국계 혼혈 선수인 랜디 희수 그리핀이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터트렸다.

당시 영국 BBC는 "아름다운 골이 아니라 역사적인 골이다. 한 골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날 스웨덴 전에서는 한수진이 골을 넣으면서 올림픽에서 아시아 외의 국가를 상대로 첫 골을 터트리는 기록도 세웠다.

단일팀은 5번의 경기에서 2득점 28실점을 기록했는 데, 1998년 나가도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던 일본과 비교하면 매우 선전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당시 일본은 5전 전패에 2득점 45실점이었다.

단일팀은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스위스와 스웨덴에 나란히 0대 8로 대패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빠르게 하나로 뭉치며 경기력이 살아났고 나머지 경기에선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해 박수를 받았다. 여기엔 정치적인 부담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준 새러 머리 감독의 배려와 노력도 한 몫 단단히 했다.

관중들도 끝까지 호응했다.

단일팀 5경기 중 스위스, 스웨덴, 일본과의 조별리그 3경기 및 마지막 스웨덴과의 7~8위전은 매진됐다. 스위스와의 5~8위 결정전 때만 표가 남았다.

모든 경기에서 관중들은 한반도기를 손에 들고 쉴 새 없이 '코리아 이겨라', '우리는 하나다' 등의 응원 구호를 외쳤다.

▲평화올림픽 상징, 그 자체로 금메달
올림픽 사상 첫 단일팀을 이룬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5전 전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지만, 이번 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든 1등 공신이다.

그러나 단일팀은 초반에 환영받지 못했다.

개막을 코앞에 둔 지난달 22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남북 대표단의 합의에 따라 우리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 총 35명으로 단일팀 구성이 결정됐다.

오랜 시간 힘들게 올림픽을 준비해 온 우리 선수들의 의견이 결정 과정에서 전혀 수렴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비판적인 여론과 떨떠름한 팀 분위기 속에 북한 선수들이 합류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했지만, 또래였던 선수들은 라커룸을 함께 쓰고 생일 파티를 해주면서 빠르게 한 팀으로 녹아들었고 부정적인 여론은 급속히 사그라졌다.

진지한 연습 과정을 통해 손발을 맞춰나갔고, 쉬는 시간에는 함께 사진도 찍으면서 남북 자매는 서로 친구가 되어갔다.

북한의 황충금은 개회식 당시 남북 공동 기수로 등장했고, 남북의 에이스인 박종아와 정수현은 개회식 성화 봉송에 참여해 성화대까지 설치된 계단을 함께 오른 뒤 최종 주자 김연아에게 성화를 넘겨주는 감동스런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의 바흐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개회식을 시청 중인 전세계 올림픽 팬들이 감동했다"며 "우리 모두는 한국의 평화 메시지를 함께하고 지지한다"고 전했다.

외신들도 이 현장을 주목했다. AP통신은 "분노와 의혹, 유혈로 갈라진 한반도에서 동계올림픽이 개막했다"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통합의 모습으로 남북한이 평화를 상징하는 불꽃 아래 나란히 앉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출신의 앤젤라 루제로 IOC 위원은 "단일팀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짧지 않은 기간 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단일팀의 여정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이 그랬던 것처럼,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우리 스포츠 역사에 영원히 남을 '평화와 통일'의 이정표를 새겼다.

/강릉=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