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초점' 협상 탓 무더기 해고 문제는 뒷전
"연휴에도 천막 농성 … 지역사회조차 무관심"
▲ 20일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앞에서 열린 '한국지엠 비정규직 결의대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글로벌GM이 설 연휴 직전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고 한국 정부를 상대로는 지원을 요청하면서 사측과 노조,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지만 정작 비정규직 생존 문제는 뒷전이 되고 있다.

협상 테이블이 한국지엠 존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사측 구조조정으로 올해 초 무더기 해고됐던 비정규직 복직 요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실정이다.

배리 앵글 글로벌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 International) 사장과 한국지엠 노조가 같은 날 국회를 찾으며 각종 이슈가 쏟아졌던 20일, 전국 금속노조 산하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는 부평공장 앞에서 올해 3번째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한국지엠이 부평공장 내 하청업체 일거리 일부를 본사 정규직에 넘기는 등 이유로 지난 1월1일 해고된 65명 비정규직 노동자 복직을 요구하는 자리다.

해고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고용 승계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지난달 31일 첫 결의대회를 열고 공장 정문에 천막도 쳤다.

설 연휴 때도 쉬지 않고 농성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한 부평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비정규직이 일하는 공정을 정규직으로 '인소싱'하면서 부평은 물론, 창원공장까지 130명가량이 해고됐다"며 "지엠 경영진들이 현재 위기를 만들었는데 연봉 3000만원도 못 받고 수년 동안 함께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며 이번 사태를 자신들 쪽으로 유리하게 이끌고 가면서 지역사회에서조차 비정규직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엠은 경영난이 이어지자 지난해 10월부터 부평공장의 엔진·부품 포장 등 하청업체에 맡겼던 공정 일부를 사내 정규직에 넘기는 '인소싱'을 추진하고 있다.

부평비정규직지회에선 비정규직을 향한 구조조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인천지역 경제를 위협할 정도의 대규모 구조조정도 간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군산·부평·창원 비정규직지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군산공장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직원 1000여명은 2015년 구조조정 첫 번째 대상이 되면서 전원 해고당했다. 그로부터 3년 뒤 공장은 아예 문을 닫았다"며 "제2의 군산공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비정규직 해고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