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는 법 따로 있다? … '37계 글행랑'의 비밀
▲ 간호윤 지음, 한국경제신문i, 484쪽, 2만5000원
▲ 연암 박지원의 '연암집'.
▲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논과 해'로 이론·스킬 반복
고전 비춰보는 다양한 시각
"자신의 글로 진정성 담아야"


책의 제명이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고 해서 '다산과 연암' 견해만으로 채워진 책이라 미루어 짐작하면 오해다. 고전을 그대로 끌어온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을 받되, 위로는 이규보에서 이익, 정조 임금, 박제가는 물론 조선 마지막 문장 이건창까지 여러 선생들께도 무시로 드나들며 글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도움을 청하고 있다.

저자는 "하필 왜 다산과 연암이냐"는 질문에 "연암과 다산 선생 말만 발맘발맘 좇으면 되기 때문이고 특히, '생각하고 읽기'는 다산에게 '사물을 보고 글 쓰는 방법'은 연암에게 배운다면 지금보다 글쓰기를 더 잘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은 크게 논(論)과 해(解)의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으며 논, 해는 다시 심론(心論), 관론(觀論), 사론(思論), 독론(讀論), 서론(書論) 등 다섯 장(章)으로 구성되고 1~37계(誡)가 논과, 해에서 각각 한번씩 거론되며 반복된다. 논에서 1~37계는 각 글쓰기의 처음부터 끝을 다루고 있으며, 해에서는 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 따라서 이론의 나열에만 그치거나 글쓰기 스킬만을 강조하는 다른 책들과 확연히 다르게 다가온다.

다산과 연암, 그리고 저자 간호윤이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는 점은 단 하나, 바로 '자기 글을 써라'가 그것이다. 자기 본분으로 돌아가라는 환타본분(還他本分)이다. 자신을 담고 있는 글이라야만 비로소 진정성 있는 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되풀이되는 잔사설을 마다치 않고 '내 글쓰기'를 강조한다. 하지만 글쓰기란 저자의 표현대로 몽당붓 한 자루 들고 글쓰기장에 들어서니 '글쓰기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부터 천 갈래 만 갈래 백가쟁론이 난무하고 때론 이 방법이, 때론 저 방법이 맞음도 사실이요, 이 방법 저 방법 모두 생판 남남같은 경우도 흔하다. 저자는 완당 김정희 선생이 남긴 '난초 치는 데 법 있어도 안 되고 법 없어도 안 된다'라는 구절을 들어 '내 글쓰기'이기에 '내 글쓰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파한다.

논(論)과 해(解)의 37계가 끝나면 짤막한 부(附)가 독자를 반긴다. 글쓰기 십계명, 글쓰기 세 걸음,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등 마지막까지 독자의 글쓰기를 돕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선연하게 보인다.

저자는 '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주된 화두였고 우리 선조들도 '글쓰기'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오늘날에도 글쓰기에 관한 책과 강의들이 넘쳐나지만 천편일률적인 이야기뿐이어서 쉬운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려 다산과 연암에 눈을 빌어 이 책을 냈다.

저자 간호윤(簡鎬允)은 순천향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을 거쳐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을 마치고 고등학교 교사를 지낸 뒤 지금은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현대적 글쓰기에 천착하며 인하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 연암>, <아름다운 우리 고소설>, <아! 나는 조선인이다> 등이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