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금지법 개정안
공무원 행동강령과 충돌
자치법규 개선안돼 혼란
권익위 "지자체 반영해야"
"대체 5만원까지야. 10만원까지야?"

공직자의 경조사비 가액 범위를 낮춘 '부정청탁금지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개정안이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공무원 행동강령과 충돌하면서 도내 지자체 공무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도내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자치법규로 둔 '공무원 행동강령'은 경조사비 한도를 10만원으로 명시한 반면, 개정된 이번 청탁금지법은 5만원으로 제한하는 등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 개정에 맞춰 자치법규도 개정돼야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가 정부의 행동강령 개정 표준(안)을 기다리는 입장이라 당분간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경기도, 31개 시·군에 따르면 공무원은 공무원 행동강령과 지자체의 개별지침에 의해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선물이나 향응 등을 받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또 2016년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항목과 금액 범위가 세부적으로 나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은 지난 2년간 경조사비 범위를 10만원으로 설정했다. 도내 시·군이 마련한 행동강령 시행규칙(경조금품의 수수 제한 등)도 극히 일부 시·군을 제외하곤 이 금액과 동일했다.

경조사비란 축의금, 조의금 등 각종 부조금과 부조금을 대신하는 화환·조화 등을 의미한다.

만약 이를 위반할 시 징계처분은 물론, 징역 또는 벌금에도 처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직자가 받는 경조사비를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하향조정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17일부터 전면 시행했다.

정부의 청렴의지를 더욱 확고히 한다는 취지다.

반면 현재도 용인·화성·고양·광명·안양·부천·평택·파주·여주·김포 등 상당수 도내 시·군의 행동강령은 경조사비 가액범위를 여전히 10만원으로 명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보니 일선 공무원들이 경조사에서 청탁금지법, 행동강령을 두고 기준을 종잡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쪽이 우선인지 등 원칙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서다.

한 시 공무원(6급)은 "규칙마다 경조사비 기준이 다르다보니 경조사가 생긴 여러 직원들이 고민한다고 들었다"며 "행동강령에 따랐다가 청탁금지법에 의해 처벌받으면 이상한 경우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당장 개정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4월 정부가 예정한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안 시행 이후에 권익위로부터 제공되는 '행동강령 운영지침 표준안'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개정되는 공무원 행동강령은 공직자의 민간에 대한 부정청탁 금지와 가족 채용 제한 등 공직자의 이해충돌상황 예방이 주 내용이다.

수원시와 군포시 등은 이런 문제로 새로운 행동강령이 시행되기 전 경조사비 가액을 청탁금지법에 맞게 조정하는 내용의 입법예고를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지난달부터 각 기관에 개정내용을 전파했고, 공문 등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위법소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들은 경조사비 변경 내용을 행동강령에 신속히 반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