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설날을 맞아 서로 건강의 복을 기원했다. 귀향에 나선 가족들도 함께 만나 평창 설원에서 펼쳐진 건각들의 향연을 나눴다. 쇼트트랙, 스케이팅, 썰매, 컬링 등 관심종목뿐만 아니라 남북 여자아이스하키팀의 선전을 응원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입상한 스피드스케이팅 1500m 동메달리스트 김민석이 샛별처럼 빛났다.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은 세계적 스타로 등극했다. 최민정의 금빛 질주가 이어졌다.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대미는 설원의 마라톤,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장식한다. 인간 승리, 빅토리 세리머니도 폐회식장에서 열린다. 유독 추웠던 평창의 한파도 한풀 꺾여 백설의 산야와 강기슭에도 어느덧 봄의 기운이 싹튼다. 실내에서 실외로 스포츠 마니아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신체활동의 스트레칭은 걷는 운동으로 시작된다. 다음 달 25일에는 제18회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서 평원의 건각들이 기지개를 편다. 인천에서 열리는 올해 첫 국제육상연맹(IAAF) 인증 국제대회이다. 마라톤 42.195㎞를 처음 달린 1908년 런던올림픽 후 110년이 흘렀다.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올림픽 최장 육상종목에서 이제 건강을 유지하는 일상의 생활스포츠로 발전했다.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달려 승전보를 전했다는 스토리텔링은 아직도 감동적이다. 1924년 파리올림픽에서 풀 마라톤 레이스 42.195㎞가 공식 채택되고, 하프(21.0975㎞), 10㎞, 5㎞의 로드 레이스 등이 전 세계에 보급됐다. 무엇보다도 마라톤은 사계절 날씨 여건에 지장을 덜 받고, 개인의 역량에 따라 걷거나 뛰면 되는 자유로운 운동 기능이 장점이다. 특별히 비싼 장비를 준비하지 않더라도 부담 없이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종목이다. 특히 5㎞ 단축마라톤은 건강달리기로 지칭될 만큼 가족 동반 봄나들이 코스이다. 인천국제하프마라톤은 매년 전국에서 2만5000여명의 마라톤 마니아들이 참가해 국민 건강증진에도 크게 기여하는 체육 축전으로 성장했다.

장수무병에 대한 기대가 높은 고령화 사회에서 건강관리는 인생의 가장 큰 과제가 됐다. 특히 산책, 조깅, 마라톤 등 걷고 뛰는 운동은 피로를 해소하고 활력을 쌓는 점진적 운동으로 선호된다. 매일 15분, 1주 90분 운동으로 3년 이상의 수명 연장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불로불사는 불로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운동에 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세상을 걷거나 뛰었다면 반세에 죽지 않았을 것 같다. 가족, 동료와 함께 무병장수의 봄길을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