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논란·퇴거몸살에
최근 성추행 의혹까지
여성단체 등 거센반발
올해안 이주 공식입장
한국 문단의 대표 고은 시인이 수원시를 떠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인천일보 2월9일자19면·2월13일자 1면>

지난 2013년 수원시의 요청을 받은 뒤 시가 제공한 장안구 광교산 자락의 '문화향수의 집'에 거주한 지 5년만이다.

수원시는 18일 고은 시인이 고은재단 관계자를 통해 "올해 안에 계획해뒀던 장소로 이주하겠다"는 공식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고은재단 측은 "시인이 지난해 5월, 광교산 주민들의 반발(퇴거 요구)을 겪으면서 수원시가 제공한 창작공간에 거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고, 이주를 준비해 왔다"면서 "'자연인'으로 살 수 있는 곳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또 "시인이 더 이상 수원시에 누가 되길 원치 않는다는 뜻도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수원시는 고은 시인의 뜻을 받아들일 예정이다.

우선 올해 고은 시인 등단 60주년을 기념해 추진할 예정이었던 문학 행사는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고, 문학관 건립 등 여러 사안은 내·외부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안성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고은 시인은 2013년 수원시의 요구에 터를 옮겼다.

시는 고은 시인에게 거처를 제공하기 위해 광교산 일대에 위치한 주택을 리모델링했고, 매년 1000만원이 넘는 전기료와 상하수도 요금도 지원해왔다.

시와 고은 재단은 고은 시인의 이름을 딴 '고은 문학관' 건립도 추진 중이었다.

시가 200억원 가량 부지를 임대해주는 방식이다. 문학관과 관련, 시는 설계를 위해 세계적 건축가인 스위스 페터 춤토르를 직접 만나러 가는 등 문학계 거장에 대한 예를 보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역 문학인과 광교산 거주 주민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대립, 고은 시인 지원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고은 시인은 이때부터 지인들에게 심적 부담을 호소했고, 이사도 준비했다.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최근엔 후배 문학인을 대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까지 생겼다. 이에 수원지역 여성단체, 일부 시민들이 지원중단 및 퇴거를 촉구하는 등 고은 시인을 둘러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