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한 소치 금메달리스트 위켄하이저 IOC 위원 "아름답고 슬프다"
▲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 중인 캐나다의 해일리 위켄하이저(Hayley Wickenheiser·오른쪽 두번째)가 13일 717OP 방문 전 통일전망대에서 국군병사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13일 DMZ투어에는 좀 특별한 외국인 손님이 동참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로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현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 중인 해일리 위켄하이저(Hayley Wickenheiser)가 717OP로 가기 전 관련 절차를 밟으려고 통일전망대에 나타나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녀의 손에 금메달이 쥐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4년 전 소치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 캐나다 대표로 참가해 목에 걸었던 금메달이었다.

여기저기서 관심을 표했고, 금메달을 살펴보며 신기해했다.

업무를 보던 군인들도 금메달을 보자 이를 손에 들고 해일리 일행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717OP로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던 그는 "한국은 처음이다. 여기 너무 와보고 싶었다. 그래서 자원봉사 요원들을 졸라 투어 신청을 도와달라고 했다. 어떤 모습일지,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하다"며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후 그를 태운 버스가 민통선 안으로 진입했다. 그는 말없이 창문 넘어로 차디찬 느낌의 철책이 늘어선 겨울산을 쳐다봤다.

그러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평화롭다."

그러다 그는 '한국인들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네요'라며 질문을 했다.

"복잡하고 예민한 문제다. 같은 민족이자 통일의 상대이며 친구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북한을 적이라고 생각한다. 무관심한 사람도 있다"는 답변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717OP에 도착해 브리핑을 들은 그는 다시 그윽한 눈으로 금강산과 동해바다를 천천히, 오랫동안 응시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데… 정작 한국인들은 올 수가 없다니 슬프네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곳이라고 들어서 무서운 느낌일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조용하고, 평화롭고…"

"오랫동안 와보고 싶어하던 곳인데 막상 와보니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에요. 처음엔 그저 단순한 호기심이 컸는데 지금은 '전쟁', '평화' 이런 단어들이 막 떠오릅니다."

시간이 지나 통일전망대로 돌아온 그는 "더 이상 사람들이 이 곳을 방문했을 때 아름다움과 동시에 슬픔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코리아에 빨리 평화가 찾아오고 통일이 이뤄지길 바랍니다"라며 작별의 악수를 건넸다.

/717OP(고성 DMZ)=글·사진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