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가 신규로 채용한 산불감시원 31명 가운데 무려 23명이 부정청탁으로 합격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지난달에 있었던 일이다. 이런 채용비리는 내부 직원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일로 시는 경찰의 수사를 받는 등 혼란을 겪었다. 문제가 확산되자 하남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시민들에게 머리를 숙여야 했다. 당연히 부정청탁자로 지목된 23명의 합격을 취소했다. 그리고 1개월여가 지난 뒤 시는 동점자 1명을 포함해 정상적으로 합격한 8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재선발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또 수상한 일이 벌어졌다. 기존에 불합격했던 30명 외에 부정청탁으로 합격이 취소됐던 23명이 버젓이 다시 응시했다. 그리고 부정청탁자 중 11명이 다시 합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떻게 이처럼 어이없는 일이 가능했을까. 부정청탁이 사건화한 이후 시는 재공고를 내서 선발하는 대신 기존 지원자 중 다시 선발하는 것으로 절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차례 합격이 취소됐던 지원자들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부여했고, 이 가운데 11명을 다시 채용한 것이다. 합격자 발표는 지난 1일에 있었고, 합격자들은 5일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어이없다고 해야 할지,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시가 내놓은 변명은 더욱 가관이다. "재공고를 할 경우 다른 응시자들이 몰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변호사의 자문에 따라 불합격자와 합격 취소자 전원을 대상으로 더욱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다시 선발했다"고 한다. 군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적어도 절차와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합격자를 취소하기까지 한 마당에 시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 싶다.

특히 하남시가 냈던 당초 채용공고 문안 중 유의사항에는 '김영란법 제5조에 의거 부정청탁을 할 경우 채용이 취소됩니다'는 문구까지 적혀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벌써 해당부서를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들을 소환하고 있는 모양이다. 더 이상 공직자들의 도덕성에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댈 것은 경찰 수사밖에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