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영중·창수·영북면 주민들의 숙원인 영평(로드리게스)사격장 문제 해결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동안 주민과 미군 간 갈등을 촉발시켰던 이 문제를 두고 정부와 미군, 주민들이 해법을 찾으려고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영평사격장은 1953년부터 미군이 사용해 왔는데, 영중·창수·영북면 일원 1322만㎡로 여의도 면적의 4.5배에 달한다. 이곳에선 연간 300일 가까이 박격포, 전차, 헬기 등의 사격훈련이 이뤄진다. 인근 주민들은 소음에다 잦은 도비탄(발사된 탄환이 딱딱한 물체와 충돌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 사고 등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겪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포천시 영북면사무소에서 주민간담회를 열고 "미8군 종합훈련장인 영평사격장의 이전, 주민 이주 등 근본적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마이클 빌스 주한 미8군사령관 등도 참석해 지난달 3일부터 사격훈련을 중단하고 안전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미군측은 민가의 도비탄에 대한 사고를 방지하고, 한국군과 포천시가 안전대책을 수용할 때까지 사격훈련 중단 등의 대책을 내놨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해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주민들은 64년간 되풀이된 변명이라며 사격장 이전 또는 폐쇄, 주민 이주 등을 요구했다. 이길연 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미군은 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대책을 내놨으나 사고가 반복됐다"며 "사격장 이전이나 폐쇄 외에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주민간담회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는 만큼 좋은 결과를 기다린다.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던 정부와 미군측이 실상의 엄중함을 인정하는 단초로 작용한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안전보장 대책과 그동안 희생에 상응하는 가시적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300일 넘게 목숨을 걸고 영평사격장 인근 불무산에서 1인 시위를 벌였던 주민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