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 스키 女 대회전 사흘 연기
女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아찔'
각국 취재진 대회 진행 차질 우려
무시무시한 강풍이 2018평창올림픽의 성패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경기가 며칠씩 미뤄지는가 하면, 가까스로 열린 경기에선 선수들이 속수무책 넘어지는 등 아찔한 장면들이 속출하면서 관람객들은 계속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11일부터 이틀 연속 스키 등 주요 경기를 연기했다. 이유는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바람'이다.

최근 평창에서 부는 바람은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5m에 달할 만큼 강력하다. 체감온도는 영하 25도에 이른다.

이에 12일 오전 10시15분부터 강원도 평창군 용평 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전 경기가 15일로 미뤄졌다.

앞서 11일에도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자 활강이 15일 오전 11시로, 이 시간 치러질 예정이던 남자 슈퍼대회전 경기는 하루 뒤인 16일 오전 11시로 각각 미뤄졌다.

이밖에 11일 예선이 강풍 때문에 취소된 뒤 12일 피닉스파크에서 예선 없이 바로 본선이 치러진 여자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점프 중 넘어지는 아찔한 장면이 속출했다. 이날 1차 시기에 출전한 25명 중 넘어지지 않고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선수가 불과 5명뿐이라는 결과가 이날 경기가 얼마나 악조건 속에서 치러졌는지를 보여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성적이 제대로 나올리 없었다. 모든 선수들이 조심스럽게 경기를 한 결과 지난 대회에 이어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한 제이미 앤더슨(미국)의 최종 점수는 83.00점에 불과했다. 지난 소치올림픽에서 이 종목 금·은·동메달리스트는 각각 95.25점, 92.50점, 87.25점을 획득했었다.

BBC의 스포츠 해설가 에드 리는 "누가 가장 잘 뛰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살아남는지가 중요한 경기였다. 이런 조건에서 경기를 강행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이틀 연속 날씨로 인해 대회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각국의 취재진들도 뜻밖의 '강풍'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취재진들은 12일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내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동 일일 브리핑에서 대회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 지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성백유 조직위 대변인은 "선수 안전을 우선으로 고려, 국제스키연맹(FIS)과 조직위가 협의해 대회 일정을 연기했다"며 "예비일이 있으므로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르는 데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풍속 예측은 사흘까지만 가능한데 15일부터는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도 "스키 대회 운영에선 FIS가 가장 잘 알기에 FIS와 조직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평창=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