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논란 더해져 이사 결단...여성단체 등 지원 중단 요구도
수원시 정착 5년 동안 여러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한국 문단의 원로 시인 고은(84)이 거처를 옮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일보 2월9일자 19면>

12일 수원시, 문학계 지인 등에 따르면 고은 시인이 거처와 집필실이 있는 수원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지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고은 시인은 이미 특혜 등 각종 논란이 일 때부터 '이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엔 후배 문학인을 대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져 아예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고은 시인은 2013년 수원시의 요구에 터를 옮겼다. 시는 장안구 광교산 자락의 한 주택을 고은 시인에게 제공했고, 재단과 함께 '고은 문학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역 문학인과 광교산 거주 주민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했다. 고은 시인은 이에 심적 부담감을 느꼈고, 지인들에게 수원에서 살기 어렵다는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해 지인 일부에게 '수원시와 시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고은 시인이 이 무렵부터 이사 채비를 준비했다는 게 지인 등의 설명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불거진 '성추행 논란'으로 고은 시인이 수원을 떠날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인은 "고은 시인은 광교산 주민들의 반발 이후 이사를 가기로 했고, 실제 준비도 했다"고 귀띔했다.

수원시도 고은 시인의 이사 결정과 관련한 내용을 접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시는 올해 '고은 시인 등단 6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고은 시인이 병원에 입원하는 등 심신이 좋지 않았는데, 문제가 터지면서 부담감이 커진 것 같다"며 "사안이 워낙 무거워 행사 추진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일부 수원시민과 여성단체 등은 고은 시인에 대한 지원 중단 및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수원지역 여성단체로 구성된 '수원여성단체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우수한 여성친화정책을 펴는 수원시가 성폭력 가해자인 고은 시인과 관련된 문학관 건립 등을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지원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