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경기본사 정경 부장
레이스가 시작됐다. 6·13 지방선거를 위해 지난 4년간 칼을 갈아온 지역의 일꾼들은 2월13일 예비후보자 등록신청을 시작으로 4개월여의 선거운동을 펼친다. 선거일 90일 전인 3월15일까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등 중앙선관위의 6.13 선거사무일정은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최대 관심지역은 경기도이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 눈과 귀가 쏠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서울시장 선거가 최대 야당인 한국당이 후보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맥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본선에서 흥행가도를 달리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8도 도민이 하나로 어울려 사는 경기도의 상황은 다르다. 민주당 경선뿐 아니라 본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경기도 선거의 흥행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남경필 도지사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5월 대선경선에서 '사이다'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이재명 시장은 최근 공중파 예능방송에 출연하면서 거친 이미지를 '국민남편'이라는 애칭으로 바꾸는 등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당- 바른정당- 한국당으로 옮기면서 야당 후보들에게 철새로 불리는 남경필 도지사는 '광역서울도', '버스 준공영제', '청년 시리즈' 등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정책선거 프레임을 통해 추락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이재명 성남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싸움에 막강한 여당 후보군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문재인의 남자 삼철(양정철, 이호철, 전해철) 중 유일하게 공직을 맡고 있는 전해철 의원(전 경기도당위원장)과 광명동굴로 스타급 반열에 오른 양기대 광명시장이 '8년 도지사론'을 내놓으면서 대권을 꿈꾸는 이재명 시장을 견제하고 나섰다.

이들 후보군들의 입씨름도 볼만하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13일 바른 정당을 탈당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동탁을 토벌할 수 있다면 기꺼이 조조가 되겠다"고 말하자 이재명 시장은 "유불리를 가려 여러 번 진영을 바꾸었고 의탁했던 동탁을 제거한 건 여포였으니 굳이 남 지사님 식으로 정하다면 지사님은 조조보다 여포에 가깝다"며 남지사의 탈당을 비꼬는 등 경기도지사 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장외전은 점점 지방선거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다음은 20년만의 민주당의 탈환 여부다. 민주당은 1998년 새정치국민회 소속 임창열 도지사외에는 1995년 신한국당의 전신 민주자유당 첫 민선 도지사인 이인제 의원 이후 손학규, 김문수, 현 남경필 지사까지 20여년간 보수당에게 경기도를 내준 흑역사를 안고 살았다.

긴 암흑기를 지나 2014년 민주당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6·3지방선거이다. 일명 '세월호 선거'라 했던 당시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을 예고했다. 경기도에서도 예상처럼 도내 지자체장,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그러나 경기도지사 자리는 보수당인 당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에 내줘야했다.
올해 지방선거는 촛불혁명 이후 치러지는 선거다. 집권세력을 기준으로 임기 초반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집권여당이 승리한다는 그동안의 선거 동향을 보면 더불어 민주당의 승리를 점치는 선거전문가들이 많다. 이 법칙에서 예외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6개월이 흐른 뒤 치러진 6회 지방선거였다. 결과는 9대8로 민주당이 승리했다.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집권여당의 승리가 점쳐진 선거였다.

마지막으로 선거는 막판까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6개월 뒤에 치러진 6회 지방선거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무리 우세하더라도 본선경기에서 보수층 결집 현상 등으로 전세는 팽팽한 접전으로 펼쳐지는 경우가 많았다. 예측하지 못한 실수나 사건으로 전세가 역전되는 것은 금방이다. 최근 도내 한국당 소속 정치권 인사들 중 사석에서 내놓는 이야기 하나가 '평창 올림픽' 이후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 따라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남북 평화무드 속에 치러진 올림픽 이후 미국의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고 결국 북한의 또한번의 핵실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나리오다.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다. 이대로 된다면 선거는 고사하고 생각하기도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

평창올림픽이 끝나는 3월이면 선거전이 본격화 된다. 경기도가 그 중심에 서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치르는 첫 지방선거의 향배가 어디로 갈 것인지 바로미터격인 경기도를 놓고 벌일 여당과 야당의 한판승이 점점 흥미로워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