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동행'은 이천시에서 대대적으로 펼치는 나눔 사업명이다. 2013년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서로 보살피자는 취지로 시작한 일이다. 사업은 특별한 기부로 명명되는 '재능기부'와 나눔 활동으로 전개되는 '1인 1계좌 갖기 운동'으로 구분된다. 처음엔 관주도로 시작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늘면서 순수한 시민운동으로 전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를 불린 운동이 점차 위력을 발휘하면서 바뀐 것이다. 이천시 인구 22만명 중 1인 1계좌 만들기 운동에 2만1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시민 10명 가운데 1명이 이 운동에 참여하는 셈이다. 한 계좌당 금액은 1000원으로 개인 부담이 크지는 않다.

이렇게 모은 정성은 지역사회를 위해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지난 1월 취약계층 1100가구를 선정해 전기장판 등 난방용품을 지원했고, 야적장 쓰레기더미에서 난 불로 거주지가 모두 불에 탄 피해주민들에게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2014년 단 1곳에서 시작한 재능기부사업장도 지금은 534곳으로 늘어났다. 매달 가정집 3곳을 선정해 무료로 치킨을 배달하거나 학생 3명에게 무료로 학원 강좌를 듣게 해주는 등 나눔 내용도 형식도 각양각색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이렇게 이뤄진 재능기부가 모두 5972건에 이른다고 한다. 소도시에서 낮은 자세로 시작한 운동이 급기야 지역사회 변화를 이끄는 단계로까지 발전해 갔다.

재능기부나 1인 1계좌 갖기처럼 소액을 모아 이웃을 보살피는 방식의 운동이 비단 이천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이천에서 먼저 시작해서 특별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늦게 시작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천지역의 나눔 운동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지나치게 평범해서다. 운동을 시민 보폭에 맞추면서 꾸준히 세를 불려 왔기 때문에 더 큰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 굳이 새롭다면 새로운 점이다. 적당한 시점에서 시민주도로 전환한 것도 지혜로운 결정이다. 시민들의 자발성에 기초를 두지 않은 운동은 한계를 갖기 마련이다. 이 운동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이 있다면 시민들의 자발성에 기반을 두고,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 방식으로 동력을 확보해 갔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