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서 그림 보고 미술관서 커피 마신다
▲ 아트 스페이스 어비움.
▲ 황순주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팀장
▲ 청년문화창작소 스튜디오 전경.
▲ 전시·판매 등을 할 수 있는 경기상상캠퍼스 펩카페 전경.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문화와 문화가 결합한 이색 공간들이 경기도내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이들 복합문화공간은 카페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 게스트하우스에서 조각상을 감상하거나 서점에서 뜨개질을 배우는 식이다. 이용자들은 도심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식사를 하면서 문화공연관람과 숙박을 동시에 해결하는 트렌드에 점차 시선을 돌리고 있다. 각각 접근하는 방법과 계기는 다르지만 한 공간에 여러 가지 문화가 결합된 형태는 유사하다. 또 지향하는 방향은 지역과 시민, 문화와 참여, 휴식과 공유 등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 민간·기업까지 '복합문화공간 전성시대'

공공기관들은 다양한 문화적 공간 인프라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도서관과 미술관,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시간이 지나고 트랜드가 변하면서 이들도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하나의 문화를 소비하던 공간이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되고 있다.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복합문화공간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가치와 주민 이용 편의성, 주변 지역사회 발전을 염두에 둔 정책적 결정으로 마련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도의 청년문화공간인 '경기상상캠퍼스', 안산시의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인 '청년큐브', 체육시설과 도서관 및 공연장 등이 결합된 화성'동탄복합문화센터' 등이 있다.
기업들 역시 고객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 상품을 전시하는 매장에 휴식을 취할 있는 카페를 기본으로 공연장과 체험시설, 놀이공간 등을 마련하고 있다.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복합문화공간을 통해 제품 판매로까지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고양과 하남에 모터스튜디오를 통해 자동차를 다양하게 체험하고 관람할 수 있게 했으며, 녹십자 용인본사는 카페테리아를 확장하고 회의실과 접견실도 늘리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더욱 다양하고 세분화된 문화공간 결합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적 특색에 맞춘 문화공간이나 문화적 유사성을 이용한 공간, 휴식과 오락을 한 번에 해결하는 공간 등이 경기도내 도심과 외곽지역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카페와 미술관이 결합한 카페갤러리, 카페와 도서관·서점을 결합한 북카페, 휴양시설과 웨딩을 결합한 공간, 수목원과 펜션의 만남 등 지역의 특성을 이용하거나 상점주인이 가진 인프라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카페부터 숙박시설까지 공공기관 아트홀에서 기업 홍보관까지 '한지붕 개이득·개행복'

문화가 결합되는 방식은 크게 문화관람형, 휴식여가형, 참여체험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문화관람형으로는 카페가 중심이 된 공간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거리의 블록마다 문을 연 카페가 시민들도 낯설지 않다. 평범한 카페는 이제 살아남기 힘들다. 카페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존 공간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다양한 방식의 문화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카페에 갤러리를 결합한 대표적인 공간은 용인시 카페갤러리 '어비움', 분당 정자동의 '로쉬아트홀' 등이 있다.

도서관 및 서점과 카페 등을 결합한 곳으로는 하남시 복합문화공간 '희당', 과천시 '타샤의 책방' 등이 꼽힌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에 멈추지 않고 저자와의 만남, 각종 인문학 강연까지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또 휴식여가형은 도심에서 벗어나 가족단위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자연을 만끽하면서 문화생활까지 곁들인 공간이다.

양평의 복합문화공간인 '오르다온'은 송백수목원과 송백당, 둘레길, 펜션 등이 모여 있어 숙박을 하면서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남양주의 '파크더클럽하우스'는 남다른 경치를 기반으로 예식장소와 카페가 만나 스몰웨딩은 물론 가벼운 식사까지 함께 할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은 지역주민 혹은 소비자들이 교육받고 체험하는 참여형태로도 발전하고 있다.

일산 식사동의 우드버닝 공방인 '헨앤콕'은 도마부터 수납장까지 직접 만들고, 요리강좌와 음악회 등도 참여할 수 있다.

또 포천 '어메이징파크'는 자연과 과학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숲 안에서 과학과 놀이가 결합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이외에도 자동차복합문화공간인 '현대 모터스튜디오', 분당 '워시홀릭', 용인 '오토허브' 등은 참여하고 즐기는 또 다른 복합문화공간의 형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


"복합문화공간 주민 참여 변화 대응해 직접 가꿔야"

황순주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팀장

"앞으로의 복합문화공간은 완성형이 아닌 과정형으로,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구축해 나가야합니다."
황순주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팀장은 "단순히 정형화된 공급형으로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게 아닌 공간의 가치를 높이고, 공유와 개방성을 가지면서 확대해나가야 한다"며 "사회가 빨리 변하고 있는 만큼 공간 조성의 방향도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와 문화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듯이 확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면서 직접 시민들이 가꿔가야 한다는 것이다.

황 팀장은 "민간에서는 시민들이 스스로 커뮤니티 공간을 갖추고 여러 활동을 접목해 만들어나가고 있다. 공공시설 역시 시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공간을 공유하면서 직접 꾸며나가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며 "공공기관에서 공급하는 공간도 있지만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에서 주민들이 생산적으로 만드는 공간들이 곳곳에서 싹트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팀장은 최근 이 같은 복합 문화공간이 개인주의 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거세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는 과거의 과도한 공동체 생활에서 벗어나 개인의 여가와 취미활동이 부각되기 시작했다"며 "나아가 소음과 공해가 심한 도심을 벗어나 쾌적한 공간에서 문화생활을 누리거나 반대로 도심에서 사회적 트렌드에 따라 여러 문화체험을 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복합문화공간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새로운 건물을 우후죽순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무엇보다 이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