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예보, 뒤늦게 대설특보 발효…한라산 입산 엿새째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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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8일 오전 제주에 '기습 폭설'이 내려 제주공항 활주로가 한동안 폐쇄되고, 도로에는 차량이 엉켜 '출근 대란'이 빚어졌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0분을 기해 제주도 산지·북부·남부에, 오전 8시를 기해 동부·서부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오전 11시 현재 지점별 적설량은 제주(북부) 8㎝, 서귀포(남부) 2.8㎝, 성산(동부) 4.5㎝, 아라 48.8㎝, 유수암 33.9㎝ 등이다.

지난 7일 닷새 만에 도 전역의 모든 대설특보가 해제됐고, 기상청도 "주된 눈은 종료됐다"고 했지만, 예보는 크게 빗나갔다.

7일 오후까지만 해도 산지 1∼5㎝, 그 밖의 지역 1㎝ 내외에 그쳤던 예상 적설량은 이날 새벽 산지 2∼7㎝, 그 밖의 지역 1∼3㎝로 늘어났다가 대설주의보 발표와 함께 산지 5∼10㎝, 그 밖의 지역 2∼8㎝로 많이 늘어났다.

갑작스러운 폭설에 제주 하늘길은 한때 마비됐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오전 10시까지 2시간 30분 동안 활주로 운영을 중단, 제설작업을 벌였다.

폭설이 내리면서 활주로가 폐쇄되기 전인 오전 6시 35분께 출발 예정이던 아시아나 OZ8900편부터 이륙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오전 10시까지 42편(출발 21·도착 21)이 결항했고 50편(출발 21·도착 29)이 지연됐다. 15편은 제주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회항했다.

활주로 운영이 재개된 뒤에도 출발 항공편 이륙은 기체에 언 얼음 등을 제거하는 작업으로 30여분 지연됐다.

청사에는 오전 시간대 대기 승객 수천명이 몰려 혼잡이 빚어졌다. 항공편이 결항하거나 지연되자 그다음 순차적으로 운항할 예정인 항공편의 결항·지연도 이어지고 있다.

아침 시간대 갑자기 눈이 쏟아지면서 시내 주요 도로 곳곳에서는 미끄러진 차량이 엉켜 '출근 대란'이 빚어졌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눈이 대부분 그쳤다는 예보가 나왔기 때문에 미처 체인 등 월동장구를 챙기지 못한 차들이 미끄러지거나 야트막한 오르막길조차 오르지 못하고 비상등을 켠 채 도로 이곳저곳에 멈추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제주시 이도2동 한 내리막길에 있는 삼거리에서는 차들이 연쇄 추돌해 일대가 마비되는 등 눈길 미끄럼 사고도 속출했다.

버스정류장에서는 갑작스러운 폭설에 자가용 운행을 포기한 시민들이 모여들어 혼잡이 빚어졌다. 사람이 가득 타 더는 승객을 태울 수 없어서 정류장을 지나치는 버스도 잇따랐다.

제주시민 박모(29)씨는 "평소 10∼20분 걸리는 출근길이 오늘은 한 시간 걸렸다"며 "어제 기상예보를 보고 오늘은 눈이 내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앞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내려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현재 1100도로와 516도로, 제1산록도로, 첨단로(동샘교차로∼첨단로3가)는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다. 그밖의 중산간 도로도 체인을 감아야 운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출근시간대가 지난 뒤 눈발이 점차 잦아들고 기온이 오르면서 눈이 녹고 있고 제설작업도 진행돼 현재 일주도로, 연삼로 등 시내 주요 도로는 소통이 점차 원활해지는 모습이다.

수일간 이어진 폭설로 한라산 입산은 엿새째 통제됐다.

기상청은 제주에 내리는 눈 또는 비는 오후에 점차 그치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적설량은 산지 3∼8㎝, 그밖의 지역 1∼3㎝며 예상 강수량은 5㎜ 내외다.

기상청 관계자는 "애초 따뜻하고 습한 저기압 영향으로 아침 기온이 2도 안팎에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온이 0도 안팎에 머무르면서 비로 내릴 것이 눈으로 내려 적설량이 애초 예보보다 많아졌다"며 "오늘 오후 중으로 눈이 점차 그치고 대설특보도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