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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공동정범

새까맣게 타버린 연대…누가 이들을 갈라놓았나

2018년 02월 08일 00:05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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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의 스틸컷.
▲ 6일 이혁상(오른쪽) '공동정범'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

2009년 용산 남일당 건물 불타는 망루에서 어렵사리 살아남은 그들은 왜 서로를 헐뜯는가. 해답을 찾기 위해 다큐멘터리 '공동정범'(연출 김일란·이혁상)을 통해 출소 이후 철거민들의 기억을 좇아 여전히 의문으로 남은 2009년 1월 용산으로 가 본다.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는 긴박했던 참사 현장 당시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2012)을 개봉한 바 있다. 두 작품 모두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깊숙이 파고든다. 다만 '두 개의 문'이 당일 일어난 사건과 의혹 등을 경찰의 시점으로 들여다봤다면, '공동정범'은 살아남았지만 '집안싸움' 중인 철거민들의 증언과 그날의 현장을 교차해 보여주며 이후의 상처를 되짚는다.

2009년 1월20일, 시위를 벌이던 용산 남일당 망루에서 경찰의 폭압적인 강제진압과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다. 당시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와 서울 상도동·신계동, 성남 단대동 등에서 모인 연대 철거민들은 함께 망루에 올랐다. 경찰은 망루 안 철거민들을,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할 때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의미의 '공동정범'으로 묶어 기소했다.

4년 뒤 생존자들은 세상 밖으로 나와 한 자리에 모인다. 그런데 이미 깊게 패인 불신과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져 버렸다. 용산 주민들을 돕기 위해 농성에 참여했다가 구속된 타 지역 철거민 김주환·천주석·지석준·김창수의 마음 속에 켜켜이 쌓인 억울함과 비난의 화살은 투쟁 책임자였던 이충연에게 쏠려 있다. "두려움이 우리를 더 높이 올라가라고 부추겼고, 어쩌면 살기 위해 망루로 떠밀려 들어갔지만 순식간에 범죄자가 돼 있더라"라고 이들은 말한다. 아픈 세월과 치유할 수 없을 만큼 딱딱하게 굳어버린 상처를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건 소주 한 잔과 기도, 씁쓸한 웃음 뿐.

"내가 망루 농성할 때 왜 먼저 나왔는지가 가장 큰 후회에요."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은 어렵사리 고백하지만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특효약은 아닌 듯하다.

영화는 철거민들이 갈등을 낱낱히 보여줌으로써 결국엔 당시 정권의 폭력과 무책임함 등을 꼬집는다. 특히 철거민들이 20대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김석기의 유세현장을 찾아가, 그가 폭력경찰의 수장이었음을 항의·시위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9년 전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짓밟은 이명박이 얼마나 뻔뻔한 인간인가 고발하며 정점을 찍는다.

이 작품은 2016년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한국 경쟁부문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과 관객상을 수상했고,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과 독불장군상을 수상했다.

9년 전 같은 하늘 아래 그리 멀지 않은 용산에서 일어났던 일을 되새기고 싶다면, 철거민들이 왜 망루로 오를 수밖에 없었는 지, '그 날'이 흐릿해져 반성하고 싶다면 영화 '두개의 문'과 '공동정범'을 같이 보는 것도 좋겠다.

인천에선 CGV인천, 롯데시네마 부평, 메가박스 인천논현, 영화공간 주안, 부평 대한극장에서 볼 수 있다. 지난달 25일 개봉, 106분, 15세 관람가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이혁상 '공동정범' 감독과의 대화]"9년 전 그날 잊지 말자는 마음으로 제작"
"김석기 당시 서울청장 과잉진압…사건 재조사 검경개혁안에 기대"

인천영상위원회(운영위원장 임순례)는 지난 6일 오후 인천CGV에서 영화 '공동정범' 상영회를 열고, 이혁상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이혁상·김일란 감독이 연출한 '공동정범'은 2014년 인천 다큐멘터리포트에서 '최우수 한국 프로젝트', '극장개봉지원', 'SJM문화 재단 펀드' 지원작 등으로 선정됐다. 또한 이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디아스포라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맡게 되면서 특별상영회에 초청됐다.

"전 이런 일이 있었던 지도 몰랐어요. 경찰과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잔혹하게 싸운 거에요?" 앳된 모습의 남학생이 대화를 열었다. 이 감독은 "9년이나 흘러 잊혔기에 되새기자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시 이명박 정권 하에서 김석기가 서울경찰청장 임명장을 받기 직전이었는데, 충성심을 보여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과잉진압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중년 관객은 아쉬운 점을 토로했다. "용산지역 철거민과 연대 농성자의 갈등에 집중해, 현재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등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감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명박근혜' 정권이었기에 규명위도 우리도 고민이 많았다"라며 "이제는 영화를 통해 용산참사를 환기하고 여론을 형성하자는 취지로 영화 속 인물들도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또 "최근 조국 민정수석이 용산참사 포함, 백남기 농민·밀양 송전탑·강정마을·평택 쌍용차 등을 재조사한다는 검경개혁안을 발표해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한 백발의 노인은 느지막이 손을 들었다. "아무리 다큐멘터리지만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었다. 30여년 전 철거민으로서, 망루를 개발한 사람으로서 구체적인 투쟁방법을 고민하지 못해 늘 죄책감으로 살았다"고 고백했다.

사회를 맡은 임순례 감독은 "죄는 썩어빠진 제도와 국가에 있다. 감히 어떤 아픔과 상처를 가진지 헤아릴 수 없지만 고통스러워하지 마시라"며 "국가의 공권력이나 사회제도를 비판하는 좋은 다큐도 많지만, '공동정범'을 통해 인간의 본성, 나약함, 판단의 실수 등 약점은 모두가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치유하는 게 가장 큰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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