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지난 2일 발언은 부적절했다. 남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둘러싼 '철새' 비판에 "내가 철새라면 김대중, 노무현도 철새"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지사 출마에 나선 여권 주자들은 일제히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여권 주자들의 반발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남 지사의 '김대중·노무현 철새' 발언은 몇 가지 측면에서 본질을 한참 벗어났다. 먼저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따른 당적 이적에 대한 소신이나 명분을 또렷하게 밝히기보다는 그에 따른 여론의 비판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나름 중량급 정치인이 보일 태도는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합리화하기 위해 고인이 된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을 불러냈다는 점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고인이라 해도 두 전직 대통령의 공과는 짚고 따져야 할 일이지만, 정치인이 정치적 자기 합리화를 위해 느닷없이 망자들을 불러내 비판을 해대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잇단 당적 변경 상황은 남 지사의 경우와 시대적 배경과 과정이 다르다는 점에서 싸잡아 견줄 수 없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고인들에 대한 남 지사의 '철새' 발언은 타겟을 벗어났다.
또한 남 지사는 자신의 소신에 따른 정치적 행보에 대한 여권 주자들의 비판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애먼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들을 들먹임으로써 스스로 입지를 깎아내렸다. 이런 태도는 결국 "남이 간 길이니 나도 갈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소극적 모습으로 비친다. 앞서 간 이들의 행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 본인은 그리 가지 말았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면 또렷한 명분을 내걸고 당당하게 가면 된다. 누가 어땠으니 나도 그런다는 식의 합리화는 누추할 뿐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남경필 지사의 인터뷰 발언을 두고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 여권 주자들의 반발과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깔린 공세 앞에 남 지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