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정 무엇을 남겼나] 中 한국정치 대안
승자독식 갈등·대립만 … 경기도서 정치실험 의미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촛불 정국에서 시민들에게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인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승자독식',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한국 정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에서 출발했다.

시민들은 정치개혁을 요구했다. 그동안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공감대를 얻은 적이 없었다.

정치권도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 지난해 '연정'과 '협치'에 나섰고, 올해도 진행형이다.

한국 정치에서 연정과 협치의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게 '경기도 연합정치(연정)'다. 경기연정은 아직 정치적 실험 형태이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 진행한다는 게 의미가 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정치는 '민주 대 독재 중심의 대립 정치(1단계)'와 1989년 민주화 이후 '영·호남 중심의 지역 간 대립의 정치(2단계)'로 구분되는데 심각한 갈등·대립의 정치를 양산했다.

거대한 두 정당이 존재해 선거후 승리한 정당이 모든 권력을 차지해 정당 간 대립의 정치가 만연하다.

집행기관의 단체장이 의결기관인 의원들보다 많은 권한을 갖고 있어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도 유명무실했다.
특히 비례대표가 적게 배출하는 현행 선거제도, 즉 소선거구제를 채택함으로서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상황도 생겼다.

경기도는 이러한 정치적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역·이념주의에 기반한 현행 정치시스템에서 벗어난 연정을 시행중이다.

연정의 사전적 의미는 의원내각제에서의 연합정부를 말하지만 현재 한국 정치의 연정은 효율적 국정운영을 위한 모든 협력 행위를 의미하고 있다.

2개 이상의 정당이 공동으로 내각을 구성하는 연립정부, 의회에서 정책이나 의안별로 정당끼리 협력하는 정책연합 등도 포함된다.

경기연정은 크게 1기와 2기로 구분하는데 1기는 '경기연정 합의문(20개 조항 32개 사업)'에, 2기는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합의문(79조항 288개 사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든 정책마다 야당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사안 별로 협상하기에는 곤란한 점을 고려하면 권력을 나누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권력을 타 정파와 공유하고 협치에 나서겠다는 것이 최근 시대정신과 맞다"고 말했다.

이후 경기연정은 다른 광역단체간 연정으로 확장됐다.

경기도는 지난 2015년 4월 강원도, 같은해 8월 제주도와 상생협력을 맺었다.

강원도의 경우 ▲DMZ 활용 관광상품개발 ▲농수특산물 및 문화관광분야 교류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최초의 광역지자체간, 그것도 소속 정당이 각기 다른 단체장간에 이뤄진 정책연대였다.

제주도의 경우 ▲일자리창출과 신성장 산업 ▲농산물 등 유통판매 ▲도민 교육 및 공무원 교류 ▲관광 ▲연구 등 모두 5개 분야 14개 사업을 공유하기로 했다.

당시 남 지사는 "여·야간상생연정을 뛰어 넘어 새로운 지방자치간 연정의 길을 터가고 있는 중"이라며 "두 지역이 가진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해주는 협업을 하면 무한한 잠재력을 현실화 할 수 있을 것이고, 대한민국 변화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경기지역이라는 제한된 범위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시금석이 됐다.

승자독식주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혜를 절감한 한국 사회에서는 권력을 나누고 정파 간, 당과 행정부 간 소통을 확장시킬 수 있는 협치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게다가 민주화·정보화·지방화의 진전에 따른 참여 지향적 정책결정 문화의 확산, 양당제에서 다당제로의
변화, 그리고 합의제 기관에 대한 인식 변화 등에도 기여했다.

박 교수는 "경기연정은 마무리가 약해서 그렇지 한국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방식"이라며 "굳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연장선이 될 필요가 없이 생활정치를 위해서라도 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