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의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치 프리미엄'. 비트코인 시장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20~30%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투기 광풍이다. 무엇이 '김치 프리미엄'을 만드는 것일까? 이 현상의 이면에는 어떤 문화적 가치가 숨어 있는 것일까? 문화는 사람들 개개인의 인식 속에 뿌리를 내리고 그 국민국가의 집단적 가치 정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그 사회 구성원의 정신세계뿐만 아니라 사회의 숨겨진 구조도 보인다. 정치사회적 현상마저도 문화의 렌즈를 통해서 해석되고 재구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레스토랑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장난을 칠 때, 나라마다 아이를 훈계하는 말이 다르다. 영국인은 아이들에게 "착하게 행동하라(Be good)"고 말한다. 영국인에게 행동의 기준은 선과 악이다. 이에 비해서 독일인은 아이들에게 "분수에 맞게 행동하라(Be yourself)"고 한다. 아이면 아이답게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으라는 훈계이다. 이 행동기준은 독일에서 초급학교 4학년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아이들의 미래가 일정부분 결정되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만10세가 되었을 때, 독일의 담임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지능과 적성을 고려해서, 대학을 진학할 아이, 직업교육을 받을 아이, 일반사회교육과 직업교육을 받을 아이로 나누고 학부모들은 대부분 이 추천을 받아들인다. 즉 분수에 맞게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인은 아이에게 "지혜롭게 행동하라(Be wise)"로 한다. 레스토랑에서 뛰는 행동이 현명한지 생각해보라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에서, 왜 현대철학의 중심축이 프랑스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스웨덴인들은 아이들에게 네 주변에 더 친절하라(Be friendly)고 가르친다. 레스토랑에서 뛰는 행동은 주변사람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행동이니 삼가라는 뜻이다. 역시 환경과 복지정책이 남다른 스웨덴의 모습은 주변에 친절하라는 그들의 행동기준이 반영된 결과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우리는 서슴없이 "(동네)창피하다"라고 말한다. 동네 창피하다는 말은 부끄러움의 근원이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에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시선은 밖으로 향하여 있다. 그래서 외부의 평가는 늘 중요하다.

해외 명품 가방이나, 학벌, 강남 아파트, 이러한 것들이 그것이 지닌 사용가치 이상으로 과평가되는 이유의 일부는 이 모든 것들이 외부의 시선 앞에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급 외제 자동차 소유에 대한 열망도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 11일 한국경제 기사를 보면, 디젤엔진 문제로 평택 항에 쌓여 있던 재고 아우디가 20% 할인판매에 들어가자 상당수가 "성능보다는 브랜드 이름값을 본다"며 구매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또한 명문대 철학과에는 철학적 사고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명문대 명패를 보고 진학한 학생이 상당수일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외부로 향하는 시선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긍정적 측면에서 조망하면, 외부로 향하는 시선은 주변을 모니터링하고 외부와 연대하는 능력을 키워주기도 한다. 1997년 금모으기 운동이 대표적인 예일 수 있겠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요청 당시 우리나라의 304억 달러 부채를 갚기 위해 약 351만명이 참여한 이 운동으로 약 21억3000달러어치인 227t의 금을 모았었다. 자기를 버리고 국가를 위해서 국민이 연대했던 사건이다. 이외에도 1987년의 민주화 운동, 2002년의 월드컵 응원, 2016년의 탄핵촛불시위도 "외부로 향하는 우리의 시선"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자기 자신에 갇혀 있기보다는 외부를 의식하고 연대하는 것은 집단적이고 폭발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힘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 문화에 자리를 잡은 '외부로 향하는 시선'은 중립적이다. 경우에 따라서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어 연대의 힘이 소환되기도 하고, 부정적 측면에서 소위 글로벌 호갱, 집단적 투기, 학력이 아닌 학벌사회의 줄 세우기 등이 등장하기도 한다. 문화가 어떤 방향성을 가질 것인가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몫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