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부서 직원 '양심고백' 글
"상급자 '지시' 거절땐 불이익
늦었지만 잘못 바로 잡아야"
시, 진상 규명 자체조사 착수
하남시청 공무원이 30명 규모의 산불감시원 공개 채용과정에 무려 23명이 부정청탁으로 채용했다는 주장의 글을 내부망에 올려 공직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채용 담당부서 직원이라 밝힌 A씨는 "일용직 근로자 30명 중 23명을 상급자의 채용청탁에 못 이겨 부적격자를 채용했다"는 글을 22일 오전 내부 전산망에 올렸다.

시에 따르면 올해 하남시 산불감시원 모집에는 총 61명이 응시했다. 이중 부정청탁자 23명을 포함해 30명이 채용 합격통지서를 받은 상태다.

A씨는 글에서 "산불감시원 채용시험이 불공정하게 진행됐고 검증 과정에서도 조작이 있었다"면서 "상급자로부터 합격시켜야 할 사람의 이름이 적힌 쪽지 등으로 총 23명의 명단을 받았고 채용인원 30명 중 23명을 합격시켰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이 명단 중 대부분은 상급자들도 누군가로부터 청탁을 받은 것이고, 청탁자는 상급자들이 거절하지 못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로 생각된다. 과거에도 부정청탁이 있었고 거절한 공무원은 인사 등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언급, 부정청탁이 관행처럼 이어졌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채용시험이 끝나고 합격자 검정을 하는 과정에서 합격해 할 사람들을 떨어뜨리고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합격시키는 작업을 하다 보니 너무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마음에 청탁받은 대로 23명을 포함한 합격자를 결과를 발표했다"고 했다.

A씨는 '양심고백'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A씨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진 공직자로서 앞으로 정상적인 공직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이번 부정청탁 속에 치러진 시험이 아무 문제없이 넘어간다면 다음 이 자리에 오게 될 공무원이 다시 이런 상황을 겪을 것을 생각하니 늦었지만 잘못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사실을 알리게 됐다"고 했다.
이어 "채용시험에 응시한 61명의 응시자들에게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A씨의 양심고백이 알려지면서 시 조사팀은 진상규명을 위한 자체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하남시 공보감사담당관실 조사팀장은 "지금 조사 중인 사항이라 자세한 사항은 답변하기 곤란 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산불감시원으로 채용, 합격 통지가 전달된 30명은 2월 1일부터 5월까지 산불감시원으로 근무할 예정이었다.

/하남=장은기 기자 50eunki@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