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문제로 퇴거 통보 … 이발사·단골들 "너무 아쉬워"
▲ 43년간 인하대 교내에서 운영중인 이발소가 학교측의 퇴거통보에 이달 말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 22일 인천 남구 인하대 교내 이발소에서 장기용 이발사가 손님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1975년 문을 연 인하대학교 교내 이발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40여년간 대학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79세 이발사는 "학교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인하대는 최근 학내 이발소에 퇴거를 통보 했다고 22일 밝혔다.
인하대 이발관은 약 50㎡(15평) 규모로 학생회관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공과대학이던 학교가 종합대학으로 승격돼 성좌경 박사가 총장으로 취임한 70년대 처음 들어섰다.

남성들이 미용실 말고 이발소만 이용하던 시절이라 한때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시중에 비해 이발비가 저렴한 점도 인기 요인이었다.

1984년부터 운영을 맡은 장기용 이발사는 직원 10명을 둔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이발소에서 젊은 세월을 다 보낸 장 이발사는 어느덧 79세가 됐다.

미용실이 보편화된 지금 예전처럼 학생들이 많이 찾지는 않지만, 현직 교수들이나 퇴직 교직원의 단골들이 주로 다니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학교측은 역사 깊은 이 장소를 이용자 감소와 임대료 등의 문제로 폐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발소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는 정해진 바 없다.

인하대 관계자는 "10년간 동결된 임대료만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며 "더 이상 이발소를 운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용씨는 "학교가 나를 쫓아내려한다"며 "평생을 바친 학교에서 더 일하고 싶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30년이 넘은 인하대 이발관 단골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퇴직한 교직원 A씨는 "정통 이발소를 보기 어려운 요즘 알아서 머리 깎아주고 익숙한 이곳을 동춘동에서 찾아온 지 30년째"며 "이제 이발하러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