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선 김포시 여성상담센터장, 폭력 피해자 치유·일상 복귀 뒷받침
"수치심으로 피해를 받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여성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고통과 분노를 함께 나누고 같이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거든요."

김포시 여성상담센터 배순선 센터장이 고집스럽게 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유다.

배순선 센터장은 2012년 거주지를 김포시로 옮긴 뒤 김포시여성의 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 소장직을 맡아 여성인권보호 활동가로 일해 왔다.

그는 "신도시 입주로 인구가 늘어서 그런지, 가정폭력뿐만 아니라 성폭력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이 많았지만 정작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상처를 치유할 곳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친구가 되기 위해 뜻있는 여성활동가들과 2016년 9월 양촌읍사무소 앞 시장골목의 허름한 건물 4층에 김포시여성상담센터 간판을 달았다.

사무국과 산하에 교유팀과 홍보팀까지 꾸렸다.

상근 인원은 배 센터장과 오경은 사무국장, 김명희 교육팀, 박영미 홍보팀장.

상담사 역할까지 맡고 있는 이들은 지난 한 해 무려 519건의 성폭력 피해사례를 상담했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상담센터를 찾아 온 피해자 상담을 통해 수사기관에 신고할지 여부를 확인하고 신고가 결정되면 경찰서에 동행해 진술을 돕는다.

친족 간 성폭력의 경우 쉼터에 연결해 가해자와의 격리 방안도 마련해 준다.

김포시여성상담센터는 상담을 통한 문제해결뿐만 아니라 평생 잊혀지지 않을 피해 여성의 상처 치유와 회복을 위해 만남도 이어간다.

민화그리기, 성문화센터 현장 방문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 주위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그들의 일상 복귀도 돕는다.

여자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아존중 프로그램인 예비사회자과정 운영을 통한 성폭력 예방사업도 하고 있다.

성인으로 막 발을 디딘 여성들이 교육을 통해 자기 결정권을 갖고 원치 않는 성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포시여성삼당소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 없이 개인 후원으로 운영된다.

이러다보니 배 센터장과 센터일을 맡아 보고 있는 상담사(?)들은 개소 이후 1년 넘게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 문제 중에서도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인권에 공감하고 이들의 친구로 남은 배순선 센터장의 꿈은 "상담원들에게 교통비라도 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김포=권용국 기자 ykkw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