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유학자이자 경세사상가, 의병장이다. 특히 조헌 선생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충북 옥천에서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 청주성을 수복하는 등 혁혁한 전공을 세우기도 했다. 그래서 조헌 선생 고향인 김포에서는 매년 다양한 추모 사업을 벌인다. 그런데 지난해 5월 김포에서 열린 '2017 중봉문화제'가 최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김포문화원은 당시 김포시에서 150여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제9회 중봉학술제를 개최했다. '김포가 낳은 큰 인물 중봉 조헌'을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세미나는 이하준 문화원장의 단독 강의로 진행됐다

그러나 당시 이 원장의 강의 내용이 다른 작가의 글을 무단 인용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을 빚는다. 이 원장이 당시 이순신 연구가인 박종평 작가의 블로그에서 조헌 선생 관련 글을 무단 도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주장이 문화원 회원들에게서 나왔다는 게 더욱 충격적이다. 문화원 회원들은 문화원장 강의 내용이 '흔들리는 마흔 이순신을 만나다' 등을 집필한 역사비평가 박 작가의 개인 블로그에 실린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문화원 행사에 강사로 나선 이 원장은 강사료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박종평씨는 "이하준 원장이 어떤 분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원장은 "당시 세미나 자료집을 만들 때 박 연구가의 것도 참고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이 원장은 박씨 자료를 참고하면서 박씨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지방문화원은 회원들과 함께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지역 문화사업을 수행하며 지역문화 거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따라서 지방문화원 수장은 어느 누구보다 강직한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그런데 이 원장은 이번 사태를 변명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듯 보여 안타깝다. 올곧은 조헌 선생의 의지와 용기는 임진왜란 역사를 연구하는 학계에서만 의미 깊은 게 아니다. 조헌 선생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정신적 표상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김포문화원은 이번 사태가 조헌 선생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규명해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