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없다" 한문·명리상담 폐지 … 수강생 "전교 독선" 반발
과거 유학교육의 중심 역할을 하던 인천향교가 내홍을 앓고 있다.
향교에서 운영하는 명륜학당 강좌가 폐지되자 일부 수강생들이 책임자인 전교 A씨의 독선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1일 향교와 명륜학당 수강생 등에 따르면 올해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당의 한문과 명리상담 강좌가 폐지됐다. 앞서 민요반과 다도반, 한글서예반, 풍수지리반 등도 사라졌다. 현재 한글 캘라그라피와 경전학, 사군자 등의 강좌만이 남았다. 뿐만 아니라 모든 강좌의 오후반은 없어지고 오전반만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

명륜학당은 교육제도가 바뀌면서 유학교육의 기능을 잃은 향교의 핵심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인문학에 관심 있는 유림과 시민들이 꾸준히 명륜학당을 찾았기 때문이다. 60~70대에게는 무료함을 달래는 취미였다. 강좌 별 수강생은 15명에서 많게는 30명까지 있었다.

하지만 향교 측은 강좌 대부분이 무료로 운영 돼 예산이 부족하다며 폐지를 결정했다. 향교는 인천시에서 매년 받는 지원금 1200만원과 임대 사업 등으로 운영된다.

수강생들은 A전교가 독단적으로 강좌를 폐지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강좌 폐지 소식을 수강생들에게 직접 알리지 않고 반장을 통해서만 전달한 것을 문제 삼았다.

한 수강생은 "A전교는 향교의 교육기능 회복에는 관심 없고 제향 행사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며 "명륜학당 교실이 있는 유림회관 건물 한 층을 임대하려는 계획을 유림총회에 내놨을 때도 뜻 있는 회원들은 반대했지만 강행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천향교 A전교는 "여러 강좌를 운영하기에 한계가 있어 향교의 임원 격인 지역 별 장의들과 논의해 폐지를 결정한 것"이라며 "일부 수강생들이 강좌 과목을 맘대로 바꾸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 부분도 폐지에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