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받으면 구조·보호조치 제외 동물로 분류 … 지자체 예산 미반영 지적
이달 10일 인천 동구에 사는 한 주민은 화도진 공원을 지나다 발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공원 한켠에 설사를 한 채 뼈밖에 남지 않은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들로부터 쫓기고 있었다.

주민은 곧바로 동물보호 단체인 '인천 떠돌이 개와 길냥이'에 구조 요청을 했다.

하지만 구조 후에도 고양이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동물보호 단체가 지자체에 기본 검사를 요청했지만 TNR(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라는 이유로 치료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애영 인천 떠돌이 개와 길냥이 대표는 "발견된 고양이가 피를 흘리는 등 상태가 너무 심각해 우선 급한 대로 병원에서 수액을 맞췄다"며 "길고양이도 엄연히 생명을 가진 동물인 만큼 나 몰라라 하지 말고 지자체에서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길고양이는 구조되더라도 마땅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사람이 증가하는 만큼 버림받는 고양이도 많아지면서 관련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인천시와 동구 등에 따르면 2016년 인천에서 총 2109마리, 작년에는 2041마리의 고양이가 구조됐다.

개와 함께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한편 버려지는 고양이도 해마다 2000마리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길고양이를 구조하더라도 치료를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TNR 고양이는 구조·보호조치 제외 동물로 분류된다.

정부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 수술 후 방사하는 TNR 사업을 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유기 동물 관련 예산을 마련했지만 길고양이를 위한 사업은 없는 실정이다.

동구는 유기 동물을 위해 올해 24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 예산으로 동구는 치료, 동물보호센터 운영과 TNR 사업 등에 쓴다.

반면 지자체는 유기동물은 주인이 키우다 버린 동물로 보기 때문에 길고양이는 유기 동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동구 관계자는 "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이번에 발견된 고양이는 적용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지자체에서도 치료를 하고 싶지만 길고양이를 치료할 수 있는 관련 근거가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