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구 환경미화원 신웅선씨 부부
척추염 - 손·발 피 안 통하는 증후군 고통 속 환경미화원 근무 … 10년 넘게 수익 20% 나눔

"기부는 저희 부부의 생명줄과 같아요. 남편의 희귀병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죠."
인천 남동구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신웅선(57)씨 부부는 10년 넘게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수익의 20%를 정기 기부하고 있다.

신씨는 척추가 굳어가는 강직성 척추염과 손과 발에 피가 통하지 않는 레이노이드 증후군을 앓고 있다. 병의 원인을 찾기까지 수많은 병원을 수소문하며 검사를 받으러 다녔다. 때로는 극단적인 생각을 했을 정도로 힘들었다. 앞으로도 평생 병원을 오가며 정기검진과 치료를 받아야하는 처지다.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신씨는 본인보다 아프고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기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희귀병을 가졌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기부를 '생명줄'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씨가 얼마 되지 않는 수입을 나눌 수 있던 것은 아내 안연숙(59)씨 덕분이다. 안씨는 남편과 함께 남동구에서 주차관리원으로 일하고 있다. 남편이 넉넉지 않은 형편에 기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오히려 흔쾌히 응원했다. 평소 주변의 이웃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해결사로 나설 뿐 아니라 병원비까지 대신 내줬던 안씨였기 때문이다.

신씨 부부는 아직도 한여름에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 생활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힘 닿는 데까지 기부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요즘 부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신씨의 건강이다. 정기적인 치료를 받아도 병의 악화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신씨는 일을 그만두면 기부를 못하게 될까봐 염려하고 있다. 본인의 건강보다 어려운 이웃을 더 걱정하는 신씨는 척추가 굳어 외투를 입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도 거리로 나가 낙엽을 쓸었다.

나눔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부부의 모습은 아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됐다. 아들 또한 수년째 아프리카에 있는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정기 기부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무술년 새해에는 팍팍한 삶 속에서도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나눔의 기쁨과 행복을 깨닫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