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해보고 싶은' 생활문화
'어린이 성장 물약' 예술체험
▲ /사진제공=서구문화재단
구민이 즐겨야 구 경제도 살아
참여 욕구 높이는 동아리 구상

'아동친화도시' 인증받은 서구
'미래세대' 창의·감성 키워야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
지역별 설문반영 콘텐츠 제공



"서구에 문화재단을 설립했을 때는 이지역의 문화예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으면 하는 뜻이 있을겁니다. 그 뜻에 부응하기 위해 서구 지역에서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점점 더 성장해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그래서 서구 주민들이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그 '무엇'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정착시키는 발판을 다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7일 정식 출범한 인천 서구문화재단 이종원 대표이사는 "서구 지역에 뿌리와 기반을 두고 주민들 입에서 회자되는 전통적인 축제나 놀이문화 등을 찾아내서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함께 참여하고 모여서 어우러져 같이 만들어가게 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라며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공연예술을 오랫동안 공부해 온 예술학 박사로 전공을 살려 여러 공연기관을 거치며 실무와 행정을 두루 섭렵한 이 대표는 취임한지 두 달 남짓 됐지만 이미 많이 준비된 느낌을 준다.

"빠른 시간안에 문화 콘텐츠를 만든다는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제 서구문화재단이 출범을 했으니 지역의 문화, 역사, 구전되는 설화 등을 찾아서 전통적인 부분과 현대적인 부분을 어떻게 결합 또는 융합해서 만드느냐, 또는 원형을 보존하느냐, 어떻게 하면 오래 갈 수 있느냐는 등의 부분들을 여러 사람들과 진지하게 논의하고 살펴서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화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놀러 갈 때 지나친게 전부일 뿐이던 이 대표는 서구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게 된 문화재단에서 일하는 동안 주민에게는 '생활문화', 어린이에게는 '예술체험' 등 두 가지 분야만큼은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편안하게 공연이나 전시 등 예술을 보고 느끼게 되면 '나도 해보고 싶다'하는 참여욕구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주민들의 예술동아리 활동 등 '생활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활성화할 방안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 대표는 어린이 얘기가 나오자 서구가 지난해 인천 최초로 유니세프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미래 세대'인 어린이에게 평생 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은 '예술체험' 뿐이라고 강조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나 우리의 K-팝 등이 전세계의 시장을 석권하고 있듯이 21세기는 문화예술의 시대라고 하고 개인의 창의력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개인의 창의력을 높이는 매개체가 바로 예술이고 어린이들이 생각과 감성의 폭이 넓어지게 하는게 예술체험입니다. 다른건 몰라도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공연이나 예술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하겠습니다."

인구 300만 시대를 맞았다는 인천과 함께 청라국제도시로 대표되는 급격한 인구 팽창지역인 서구는 50만명이 넘어 인천에서 2, 3위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문화예술 여건에 대해 문화재단이 빠른 시일안에 성과를 보여주기 바라는 기대가 클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앞에 놓여 있던 메모지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어떤 일도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 때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지역을 A지역이라고 하고 청라나 검단지역을 B지역이라 한다면 두 지역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지역, 학력, 소득, 연령, 남녀성별 등에 따라 문화예술에 대한 체험이나 기대감이 다를 겁니다. 그래서 우선 중장기서구문화발전계획을 세우려합니다. 그런데 계획을 세우려면 현황이 어떤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서구의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문화에 대한 접근 정도와 기대감 등을 파악해서 각 지역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공통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에 맞는 '종합처방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많은 서구에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단순한 거주를 위한 공간으로만 확장이 되는 것에 대해 옳지 않은 방향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도시는 설계할 때부터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등 문화예술 공간이 함께 갖추어져야 문화적인 가치가 올라가고 경제적인 가치, 예를 들어 아파트 등 부동산가치도 부가효과가 높게 올라갑니다. 다시 말해 다양한 '문화인프라'가 지역과 주민의 문화수준을 높이고 문화경쟁력이 도시경쟁력으로 보여집니다. 문화가 소비되지 않는 도시는 경제도 활성화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의 예술에 대한 향유나 참여의 수준을 바꾸는데 '문화인프라' 못지않게 크게 역할을 하는게 공공의 문화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문화마인드'입니다. 그런 면에서 서구문화재단은 저를 비롯해서 모든 직원들이 열심히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5월 충남문화재단 초대 대표로 임기를 마친 이 대표는 광역단체재단에서 기초단체재단인 서구문화재단으로 오는데 주위 분들이 만류와 우려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잠깐 고민한 뒤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판소리에 서편제, 동편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충청지역의 중고제는 잘 모릅니다. 왜냐하면 문화와 전통이라는게 재미없으면 사라지게 됩니다. 제가 인천에 오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충남문화재단보다 지역도 작고 규모도 작지만 문화재단이 처음 생기는 곳에 가서 그 지역문화를 잘 키우면 그게 더 큰 보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충남도 초대 대표였기 때문에 처음이라는 경험을 잘 살려 재미있고 지속가능한 문화를 잘 만들어보겠습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