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

재작년부터 우리나라서 발행된 미슐랭 가이드는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고 있는 레스토랑 평가 책자다. 프랑스 전국에 자동차가 3천대 정도 있었던 1900년 타이어회사를 설립한 미슐랭 형제는 타이어를 교체하는 방법과 주유소의 위치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과 숙박시설을 안내하는 소책자를 만들었다. 자동차가 늘어나고 미슐랭타이어도 세계적인 기업이 되면서 미슐랭 가이드는 식도락가들이 신뢰하는 바이블로 자리를 잡았다. ▶매년 2월에 발행되는 미슐랭 가이드를 사보기 시작한 지도 40여년이 지났지만 별(스타)과 포크 개수로 평가하는 가이드에 대한 신뢰에는 변함이 없다. 붉은색 표지의 2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포켓북 크기의 프랑스판 미슐랭 가이드 2017년도 판에는 별 3개를 받은 식당이 27개, 2개가 86곳, 1개가 503곳으로 도합 616개의 레스토랑이 스타의 영예를 받았다. ▶식도락의 나라답게 매년 미슐랭 가이드가 새로 나오면 프랑스 언론들은 스타의 변화를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새로 스타의 반열에 오른 레스토랑의 셰프들은 신문·방송의 주인공이 되고 반대로 별을 잃은 경우에는 셰프가 자살까지 하는 비극도 있었다. ▶미슐랭 가이드가 신뢰를 얻게 된 것은 엄격하면서도 비공개적으로 진행되는 심사과정 때문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원들은 정기적으로 레스토랑을 찾아 일반 고객으로 가장하여 시식하고 서비스를 살피기 때문에 누가 심사원인지 알 수가 없다. 방송 프로그램이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식당 평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미슐랭은 유럽 주요 국가들의 가이드를 내기 시작했고 근년에는 일본·홍콩에 이어서 한국판 가이드까지 발행하고 있다. ▶브르고뉴의 소도시 몽쏘의 '르 프랑스' 셰프 제롬 브로쇼는 지난해 말 미슐랭에 스타를 반납하겠다는 편지를 보내 뉴욕 타임스까지 이를 크게 보도하는 '사건'이 있었다. 스타 반열에 오르기 위해 수많은 셰프들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브로쇼는 스타가 부담되고 손님도 줄고 있다고 반납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19세기 중엽 탄광으로 번성하던 도시가 쇠락하면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수준을 유지하기도 벅차지만 손님들도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프랑스 언론에서 1964년 사르트르의 노벨문학상 거부를 연상시키는 스타반납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브로쇼 셰프의 결단이 아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