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비상저감조치 발령
호흡기 환자 쑥 … 외출 자제
'건강 뒷전' 서울·경기 눈살
▲ 이틀 연속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7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비상저감조치는 당일 0시~오후 4시까지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나쁨' 수준으로 오후 5시 기준의 익일 초미세먼지 예보 역시 '나쁨'일 경우 발령된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을 강타한 미세먼지로 연일 비상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7일 많은 시민이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길에 나섰고, 병원이나 약국에는 호흡기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느는 등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 체감지수'가 크게 높아진 모습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남경필 경기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중교통 무료 운행' 등 미세먼지 대책을 두고 사흘째 볼썽사나운 말싸움을 이어가면서 도민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지 사흘째이자 올해 두 번째로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수도권은 이날도 뿌연 공기가 하늘을 온통 뒤덮었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도 평소보다 많았다. 시민들은 바깥 활동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부쩍 나빠진 대기질로 기침이나 가래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면서 동네 이비인후과는 북새통을 이뤘다.

수원의 한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미세먼지로 인해 목이 칼칼한 증세가 심해졌다는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기침과 가래로 고생하는 환자도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평소 찾던 알러지 환자들도 코가 간지럽고 기침이 심해졌다는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의 한 유치원은 올해 들어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부리자 일주일에 한 번인 아예 야외활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화성지역 한 유치원도 이번 주 내내 실내수업만 했다.

한 유치원교사는 "올해 들어 제대로 된 바깥 놀이 활동은 거의 못했다. 지난해부터 미세먼지가 예보되면 실내교육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건설노동자 등 야외 노동자들은 미세먼지에 무방비 노출됐다.

수원시의 한 환경미화원은 "마스크를 썼다가도 일하면서 불편해 벗었다"며 "하루 종일 야외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마스크)쓰나 안 쓰나 똑같다. 목이 칼칼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수원 인계동 한 오피스텔 건설현장 노동자 김모(51)씨는 "미세먼지가 극성이지만 공사기일을 맞추기 위해서는 작업을 늦출 수는 없다"며 "먼지를 그대로 다 들이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고 임시방편 삼아 마스크를 썼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이날 시청 주차장과 관내 주요 공공사업장·건설공사장에서 '수도권 미세먼지 공공부문 비상저감 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화성 동탄지역 맘카페 회원은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킬 때 둘째도 데리고 다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걱정이다. 아예 보내지 말까 싶다"고 토로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지역별 미세먼지 농도와 환기 방법 등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불안감을 보였다.

심각한 미세먼지에 고양과 파주 등 경기 북부 접경지역 병사들은 보급된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계근무에 투입됐다.

기상당국은 18일에도 수도권·충청권·호남권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그 밖의 권역은 '보통'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경기도와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 운행 등 미세먼지 대책을 두고 연일 티격태격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볼썽사나운 말싸움에 국민 건강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모(34·수원시)씨는 "심각한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시민을 생각해서라도 남 지사와 박 시장이 설전이 아닌 당장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고 일침을 놨다.

/정재수·안상아·김현우·이경훈 기자 asa8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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