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시간 취업 24% 증가
"회사와 집만 오가며 일만 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주 20시간 일을 시작하고 이제야 제대로 사는 것 같다."

경기도 오산시에 사는 이모(31)씨는 지난해 5년간 다니던 IT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주변의 부러움을 사며 고속승진을 이어가 30대 초반의 나이에 과장급으로 6000여만원의 연봉을 받았지만, 이제는 하루에 4시간만 근무하는 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휴식'을 택한 그는 월 10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이모씨는 "매일같이 이어지는 프로젝트 과제를 하다 보면 야근은 당연했고 주말출근이 휴식보다 많았다"며 "취미활동을 위한 시간도, 여행을 갈 시간도 없이 모든 생활이 일을 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4시간 근무로 일의 능률도 올라갔다. 일을 하면서 여유시간을 갖고 취미생활도 즐길 수 있으면 그게 '일과 삶의 균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회 전반에 일과 휴식이 양립하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 풍조가 퍼지면서 도내 취업자들의 근로시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17일 경인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취업자는 676만2000명으로 전년대비 3.2%(21만3000명) 증가했다.

취업시간대별로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3.6%로 전년대비 0.5%p 증가했다.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92만5000명으로 전년대비 7.3%(6만3000명) 증가했고,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575만9000명으로 2.6%(14만6000명) 늘었다.

특히 1~17시간을 일하는 취업자가 33만5000명으로 전년대비 24.7%(6만6000명)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확산되면서 취업통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일보다는 휴식 등 자신의 시간을 갖는 근로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일·가정 양립 지표'에서 일과 가정의 우선도를 묻는 항목에 대해 '일이 우선이다'고 답한 비율은 2015년 53.7%에서 지난해 43.1%로 감소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