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박물관이 인천외국인묘지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내놓았다. 인천외국인묘지는 벌써 130여년의 시간이 쌓인 근대 인천의 뒤안길이다. 이번 조사보고서에는 개항 이후 새로운 문물과 함께 인천에 들어 왔다가 인천에서 잠이 든 서양인들 삶의 궤적이 담겨 있다. 66명의 피장자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 인천에 왔고 어떻게 살다 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애사가 복원된 것이다. 지금까지 인천 근현대 시기에 대한 조사연구는 주로 건축물, 도시시설, 한정된 몇몇 인물 위주에 머물러 왔다. 문을 닫아 걸고 은둔을 고집해 왔던 나라에 처음으로 세계 만방의 사람과 문물이 쏟아져 들어왔던 인천이다. 그 시대 인천을 호흡했던 이방인들을 재조명하는 것도 인천을 바로 아는 하나의 길이다.

인천외국인 묘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인 전용 묘지다. 1883년 현 북성동 1가에 설치됐다. 개항과 함께 세계 열강의 외교관, 상인들이 수도의 관문인 인천에 상륙하면서 거류지인 조계(租界)가 조성되면서다. 거류민이 많은 일본, 중국인들은 따로 묘지를 조성했다. 일본의 한국 강점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방치됐다가 1965년 연수구 청학동으로 옮겨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사실들도 적지 않다. 폴란드 국적의 해군 장병으로 알려져 있던 F.A. 칼리츠키는 독일 국적으로 주한 독일영사관의 서기와 칼리츠키 상사의 대표를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상인 조지 버트 모트는 1883년 7월 처음으로 묻힌 외국인이다. 가장 최근으로는 미국 군인 브래드 포드 여진이 1962년 7월 안장됐다. 시기별로는 일본이 한국을 강점한 1910년 이전이 31기로 가장 많다. 일본 강점 이전까지는 인천이 세계 각국과의 교류에 관문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 연구조사 활동은 한 세기 이전 은둔의 나라 조선에 세계 열강이 몰려오던 시기, 인천의 모습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외국인묘지와 거기 묻힌 이방인들의 사연은 다른 곳에서는 드문 인천의 숨은 역사다. 역사자료와 그 시대 사람들의 스토리가 함께 해야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