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식 인천대 도시건축학부 교수
자고나면 여기저기 사고 소식이다. 포항 지진, 제천 화재, 타워 크레인(tower crane) 사고가 대표적이다. 사고는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가져오고, 무엇보다 인간의 소중한 생명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예방되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기본권으로서 절대 침해를 당해서는 아니 되는 천부의 인권으로, 생명은 그 바탕을 이룬다. 대부분의 사고는 생명보다 경제적 판단을 우선함에 기인한다. 사고의 원인이 되는 불안전한 상태와 조건, 행동 등을 사전에 발견해 시정, 조치·제거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하고,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이 안전관리다. 건설공사의 안전관리도 인간의 생명권 보장 측면에서 경제성, 품질 등의 요소보다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건설공사는 자연환경과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노동력에 의존한 작업이 주를 이루어, 비교적 사고가 많은 편이다.

타워 크레인은 10층 이상의 고층 건축공사에서 자재나 설비의 수직 운반에 주로 사용되는 장비로 건설공사의 적기 추진과 경제성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타워 크레인의 설치와 해체는 5~6명의 근로자가 팀 작업으로 실시하며, 타워 크레인을 사용하는 과정에는 조종사, 신호수 및 작업자들이 관계한다. 최근 2년 간 타워 크레인 사고는 13건 발생해 사망 23명, 부상 30명에 이를 정도로 대형화하고 있다. 2016년 이후 인천지역에서는 타워 크레인으로 인한 사고는 없었지만, 이동식 크레인의 전도(넘어짐)로 인한 사고가 3건 발생하여 5명의 부상자가 있었다.

근로자 수백 명 몫을 담당하는 타워 크레인을 대체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실정에서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절실하다. 타워 크레인 사고는 해당 공사현장뿐만 아니라 주변 건물이나 도로 및 시설 사용자들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마땅히 근절되어야 한다. 지난해 11월16일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타워 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의 핵심은 타워 크레인 등록에서부터 해체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설비 결함으로 인한 사고를 원천적으로 줄이고 타워 크레인 사용 주체별 책임을 강화하여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내용을 많이 포함함으로써 제도개선이 예정대로 이루어진다면 효과는 클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설비의 안전성과 검사의 신뢰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건설기술관리법 시행규칙을 올 상반기 중 개정하여 10년 이상 사용한 노후 타워 크레인의 정밀검사와 비파괴검사를 의무화하고, 공공기관에 의한 검사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타워 크레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설치 및 해체 시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 타워 크레인 설비를 반입하기 전에 철저한 검사가 요구되며, 사용 중 지속적인 유지보수도 필수적이다. 재해 발생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고, 어떤 징조가 있다. 타워 크레인 사고도 징조가 나타나며,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매우 중요한 징조는 타워 크레인을 현장에 반입하기 전에 시행하는 외관검사 위주의 대충 검사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의 공사현장에 우뚝 솟아 열심히 일하고 있는 타워 크레인은 생각보다 매우 정밀한 건설기계로, 현장에 설치되면 보통 1년 이상 사용하게 된다. 그러한 타워 크레인의 구조적 안전성과 사용성능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현장에 반입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은 마치 자동차의 엔진 상태, 타이어나 브레이크의 성능 등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판매자의 말만 믿고 겉모습이 그럴싸한 중고차를 사서 운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위험천만하기 그지 없다. 타워 크레인을 현장에 반입하기 전 주요 부위나 부품 등에 대한 정밀검사를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초음파 등을 이용한 비파괴검사로 용접부위의 균열 등을 검사하고 텔레스코핑 실린더, 볼트, 핀 등 주요 부품을 분해 검사하여 구조적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1960년~70년대 근대화 과정에서 공장 전면에 붙여놓고 실천한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라는 구호는, 타워 크레인의 사용 전 검사와 사용 중 유지관리에도 필요한 것으로, 타워 크레인의 구조적 안전성과 사용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암시한다.

타워 크레인 사고를 최소화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안전한 도시 인천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철학과 이념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무엇보다 근로자의 생명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건설공사를 안전하게 추진함으로써 사고를 없애는 것이 곧 근로자의 생명권을 존중하고 근로자를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