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평균 설치율 1%대 그쳐
제도 시행 10년 불구 '유명무실'
경기지역에서 도로명주소 제도 중 하나인 '자율형 건물번호판'을 설치하는 사례가 1%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일보 1월15일자 19면>

자율형 건물번호판은 표준화된 건물번호판보다 비용이 더 들어 부담 주체인 주민들이 꺼리고 있다. 이 제도는 10년 간 시행됐지만 주민들의 외면으로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행정안전부, 도내 시·군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9년 '도로명주소법'을 개정하면서 건물 등의 소유·점유자가 건물번호판을 제작·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건물주 등 주민들이 건물의 신축·증축 및 개축(改築)을 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사용승인 전 건물번호를 부여받고, 번호가 새겨진 판을 직접 부착토록 하는 내용이다.

'도로명주소 안내시설 규칙'은 이 건물번호판을 남색 오각형·원형으로 규격화된 표준형과 정해진 규격 이상으로 자유롭게 디자인 가능한 자율형으로 나누고 있다. 자율형은 주민이 도로명주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건물 경관을 특색 있게 개선하자는 취지로 생겼다.

하지만 경기지역에서 자율형 건물번호판은 철저히 외면 받고 있는 상태다. 한해 제작·설치된 3만여개의 건물번호판 가운데 자율형은 고작 50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행안부가 지난해 자율형 설치율 관련 조사를 벌인 결과 수원·고양·성남·용인·화성·부천·광주·파주 등 상당수가 0.1%~3% 수준이었고, 평택·군포·남양주·김포·의왕 등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 제도가 유지된 곳은 광명(53.9%), 의정부(43.4%), 오산(23.7%) 등 일부 지역이다. 31개 시·군을 합한 자율형 설치율은 1.8%에 그친다.

행안부는 앞서 2016년부터 자율형 건물번호판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주민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잇단 대책을 내놨다. 당시 행안부는 발표를 통해 자율형 건물번호판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자체들은 이런 원인에 단연 '비용 문제'를 꼽고 있다. 주민들이 저렴한 표준형을 두고 굳이 돈을 더 들여 자율형으로 제작·설치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제작업체 별로 표준형 건물번호판은 1만8000~4만원대인 반면 자율형은 이보다 2배 가량 높은 15만~20만원에 달한다. 또 추가로 소요되는 제작기간, 제도를 모르는 '인식부족'도 원인으로 조사되고 있다.

행안부는 최근 자율형 건물번호판 확대를 목표로 지자체들에게 홍보강화를 당부하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실효성에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자율형 건물번호판은 건물과 조화롭게 디자인되고, 지역의 개성을 반영할 수 있는 등 장점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그러나 비용, 시간 모든 면에서 표준형이 유리해 주민들이 꺼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확대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