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사'들 선정 … 두부삼겹보쌈·두부버섯정식·두부버섯전골
▲ '알쓸인잡' 첫 모임에 참석한 손장원 재능대 교수,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 배성수 인천도시역사관장(왼쪽부터).

"알아두면 쓸데 있는 인천의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알쓸인잡' 모임을 시작합니다. '알쓸신잡'이 알아두면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다면 우리는 서로 쓸데 있는 이야기를 하도록 합시다."

손장원 재능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 유동현 굿모닝인천(인천시 시정소식지) 편집장, 배성수 인천도시역사관장, 이희인 인천도시역사관 학예사 등 인천에 대한 잡학박사들이 모여 의미있는 맛집을 찾아 나섰다. 그야말로 '58년 개띠' 전후 세대 가운데 인천이야기에 관해서는 '한 구라'하는 인사들이다.

첫 모임을 가진 '알쓸인잡'이 찾은 맛집은 문학동에 있는 '가마솥손두부' 집이다. 유기농 콩을 동해 심층수로 직접 만든 두부와 제주에서 직송하는 흑돼지오겹살로 유명한 곳이며 특히 100년 쯤 전에 지은 전통한옥을 개조한 주택을 살려 음식점을 하고 있는 집이다.

"애관극장이 역사적, 문화적 가치와 의미가 있는 곳이니 보존해야 하는건 마땅하죠. 탁경란 대표가 지금까지 지켜온 부분은 당연히 인정받아야 하고 경영난이 오죽했으면 매각하려 했겠어요. 시나 공공기관이 나서서 해결방안을 찾는게 바람직한 방향이지요."

'알쓸인잡' 인사들이 모이자 자연스럽게 최근 매각설에 휩싸인 애관극장에 얽힌 사연들을 풀어놓은 뒤 유 편집장이 나섰다.

"이 집 앞길이 옛날길이에요. 아직 노선버스도 다니지만 옛날에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가끔 마차나 다니던 길이죠. 이 길이 문학경기장을 가로질러 제2경인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통해 선학동을 거쳐 남촌동과 소래포구까지 이어지던 길이었어요."

옛날 길이나 근대건축물이 도시화에 따라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 서로 안타까워 하고 있을 때 손 교수가 '가마솥손두부'의 주택에 대해 설명했다.

"저기 천장의 서까래 밑에 접시모양으로 생긴게 주욱 박혀있잖아요. 저게 '소로'라고 하는건데 짝퉁이에요. 왜냐하면 조선시대에 지어진 큰집에는 지붕의 힘을 받쳐주는 역할을 했는데 일제시대에 지어진 집은 큰집이 없어요. 근데 저 '소로'가 있어야 큰집처럼 보이니까 장식용으로 박은거지요. 그야말로 전형적인 1900년대 초기 도시형한옥이에요."

손 교수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이번에는 배 관장이 포구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인천이 제물포라하고 북성포구, 소래포구 등으로 불리는 곳이 있지만 우리가 개념을 정확히 잡고가야 할게 포구와 나루, 항구에요. 포구가 뭐냐하면 갯벌에 물길이 깊은 골을 갯골이라 하는데 그 갯골을 따라 보통 고기잡이 배가 정박을 하는데 그걸 포구라해요. 나루는 뭐냐면 나루 진(津)이나 나루 도(渡)자를 써서 노량진, 벽란도라고 하는데 이건 포구가 아니라 강이나 바다든 배를 타고 건너가는게 나루터에요. 항구는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파도가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구조물이 있어서 많은 배가 정박하게 하는 곳을 항구라 해요."

인사들이 이날 주문한 두부버섯전골, 두부삼겹보쌈, 두부버섯정식 등을 맛보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배 관장의 포구이야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이 학예사가 문학산성의 두 가지 기능에 대해 말을 꺼냈다.

"산성은 기본적으로 군사적 기능을 가진 시설이에요. 근데 산성이 지역에서 행정의 중심기능을 한다는 사실은 잘몰라요. 옛날에도 관아가 고을이나 마을의 중심지에 있었지만 전쟁이나 유사시에 대피해서 행정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산성의 기능이에요. 보통 군사적인 조망이라든지 방어를 할 수 있는 요충지에 산성을 쌓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역의 중심이 되는 곳에 짓기도 하는데 문학산성은 두 가지 기능을 다한 대표적인 산성이에요."

이날 '알쓸인잡' 인사들은 잡다한 이야기를 하느라고 정작 '가마솥손두부' 음식이야기는 못했다. 하지만 '가마솥손두부'집을 나서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같은 생각하고 있었다. "굳이 잡다하게 이 집 음식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가마솥손두부'는 두부를 포함해서 흑돼지, 버섯에 밑반찬까지 맛이야 정평이 나있으니까 믿고 찾는 집이잖아."

/글·사진=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그 집'의 추천 메뉴
 


●두부버섯전골

두부버섯전골은 오래전부터 인천의 많은 식도락가들이 찾아온 '가마솥손두부'의 대표음식이다. 이집의 보물같은 반찬이자 재료인 묵은지를 바닥에 깔은 뒤 직접 만든 두부에 송이버섯, 팽이버섯, 느타리버섯을 주재료로 큼직한 대파를 길게 썰어 넣고 고기와 각종 야채를 듬뿍 넣어 끓인다.

두부와 버섯이 주재료라 포만감도 덜하고 A4용지 절반만한 크기로 나오는 두부에 특별히 무언가를 넣지 않은듯한데 버섯의 풍미와 고소한 두부의 절묘한 맛이 어우러져 끓일수록 진하고 구수해지는 전골 맛은 밥과 같이 식사로 먹어도 좋고 이집에서 직접 빚는 동동주나 맑은 술인 소곡주의 안주로도 제격이다.


●두부버섯정식

 


두부버섯정식은 점심이든 저녁이든 손님들이 주로 찾는 식사 메뉴로 오이지무침, 시금치, 물김치, 열무김치, 묵은지지짐 등 정갈하고 건강식으로 나오는 밑반찬은 집밥의 맛과 느낌 그대로다. 사람수에 따라 나오는 콩비지전과 함께 칼칼한 된장찌개와 콩비지찌개가 뚝배기에 담겨있어 먹음직스럽다.

버섯은 간장과 고춧가루로 살짝 볶고 구운 두부와 같이 먹는데 버섯의 쫄깃함과 두부의 부드러움으로 식감이 좋다. 된장찌개는 구수한 된장에 두부를 듬뿍 넣어 끓이고 콩비지찌개는 맵지도 짜지도 않아 아이들도 맛있게 먹는다. 흰 쌀밥에 청국장이나 콩비지 한 숟갈씩 넣어가며 비벼 먹으면 그만이다.


●두부삼겹보쌈

 

 


두부삼겹보쌈은 '가마솥손두부'의 술안주로 가장 많이 찾는 메뉴다. 오겹살처럼 제주에서 직송되는 흑돼지삼겹살과 두부를 큼직하게 썰어 접시 바닥에 깔고 깻잎과 치커리 위에 무말랭이무침이 얹혀 나온다. 같이 나오는 백김치나 상추에 갖은 양념을 다한 새우젓을 살짝 묻힌 삼겹살을 올린 뒤 두부를 얹고 마늘을 쌈장에 찍어 함께 싸면 이 집 만의 '삼합'이 된다.

삼겹살보다 두부가 적게 나오는데 생두부를 추가하면 두툼하게 썰은 두부가 묵은 김치와 함께 나온다. 이 때 나오는 묵은김치는 묵은지와 달리 약간 삭힌 맛이 나는 반전이 있다. 파김치나 갓김치는 아는 사람만 알고 추가하는 묘미도 있다.

 

 

 

 

 

 

 

 

 

 

 


'가마솥손두부'는

#100년 된 한옥 #국산 콩 #동해 심층수 #제주 흑돼지


인천 남구 문학동주민센터 근처에 있는 '가마솥손두부'는 1910년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ㅁ'자 형태의 근대 한옥으로 건물 사이의 공간에 뜰을 두는 중정형(中庭形) 도시 주택이다.

이 주택은 20세기 초 한옥에 유리문이 채용되면서 대청마루가 실내 공간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한국 주거사의 변천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자료 가치가 높은 건물이라고 '디지털인천남구문화대전'에서 설명하고 있다.

벽돌과 석재로 치장한 바깥 쪽 마감은 나중에 변경한 것으로 보이며 입구에 들어서면 비나 눈을 피할 수 있고 보온도 가능하도록 중앙 마당 위에 아크릴 구조물로 천장을 설치해서 실용성을 높였고 낮에는 햇빛이 들고 비오는 날에는 빗소리도 들을 수 있는 정취도 살렸다.

'가마솥손두부'는 2003년 현재 대표인 김상태씨가 개업하여 15년째 영업을 이어 오고 있다. 대문 양 옆의 기둥에는 인천시에서 선정한 좋은식단 모범음식점을 상징하는 무궁화표식과 인천 남구에서 선정한 '맛집 멋집'이라는 표시등이 걸려있다.

전통가옥의 대문은 영업시작과 함께 항상 열려 있으며 안쪽 문인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겨울이지만 따뜻한 화목난로가 마당을 훈훈하게 덥혀주고 있다. 마당에는 각종 식물이 푸릇함을 뽐내며 자리잡고 있고 마당 곳곳에 옛 정취 가득한 골동품이 먼지를 머금고 세월을 덮어쓰고 있는 풍경이 정겹게 느껴진다.

네모난 마당을 중심으로 방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방마다 높은 천장에는 전등이 필요한 자리에 매달려 있고 본채 벽에는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괘종시계가 정시가 되면 '댕~댕~댕~'하며 시간을 알린다.

'가마솥손두부'는 김 대표가 전통 방식으로 직접 손두부를 만들어 판매하는 자연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순수 국산 콩을 사용하며 매일 새벽 동해에서 올라오는 바다 심층수로 아침마다 두부를 직접 만든다. 오겹살, 삼겹살 등 돼지고기는 제주에서 매일 아침 공수해서 사용하고 있다.

메뉴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식사류는 두부집정식, 두부버섯정식, 청국장정식, 해물순두부, 맑은순두부, 콩비지, 콩국수로 차려지며 저렴하지만 푸짐하여 점심이든 저녁이든 든든하게 손님을 맞이한다. '가마솥손두부'의 대표요리를 맛볼 수 있는 요리류는 흑돼지오겹살, 두부삼겹보쌈, 두부버섯전골, 묵은지두부전골, 게국지, 두부구이, 생두부, 파전 등이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