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용 한국외대 중국연구소초빙연구원
지난 연말에 이어 새해 들어 영화 <신과 함께>가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주에 이미 관객 1천200만명을 훌쩍 넘긴 데다가 해외에서도 좋은 흥행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하니 반갑기 그지 없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요인을 들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는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에 대한 사랑과 같은 전통적 가족애를 신파조로 다루면서 최첨단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녹아들어 많은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 모으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저 세상은 정말 있는 것일까? 『논어』 선진(先進)편에는 계로(季路)가 공자에게 귀신(鬼神)을 어찌 섬겨야 할지 여쭙자, 공자가 "사람도 제대로 섬길 줄 모르는데,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느냐? (未能事人, 焉能事鬼?)"라고 대답하였다. 이어 계로가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여쭙자 공자는 "인간의 삶도 잘 모르는데, 어찌 죽음에 대하여 알겠느냐? (未知生, 焉知死?)"라고 대답했다.

이 대화를 두고 세상에서는 공자가 저 세상과 귀신을 부정했던 무신론자라고 이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공자 스스로 저 세상이나 귀신이 없다거나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사람이 죽은 뒤 간다는 저 세상이든 죽으면 육신을 벗어나 떠돌게 된다는 귀신이 진짜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할 방법도 없는 데다가 지금 여기 사는 사람의 올바른 삶과 그 터전인 이 세상이 좀더 소중하다고 여겨 죽음보다는 삶, 귀신보다는 인간을 잘 섬기자는 의미에서 그렇게 대답했을 뿐이다. 학이(學而)편에서는 증자(曾子)가 돌아가신 분에 대해 예의를 정중히 하고 먼 조상들의 덕을 잘 기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신종추원(愼終追遠)해야 한다고 했던 것 역시 저 세상에 계실지 모르는 부모님과 조상들을 잘 새기는 일을 통해 오늘의 나를 진정 돌아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인간의 삶을 고귀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에 인간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사는 일이 귀하지도 고맙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라는 뜻의 영어 프레즌트(present)가 '선물'이라는 뜻도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게 새겨야 할 듯 싶다. 우주의 수많은 별 가운데 오로지 하나뿐일지도 모르는 지구에 인간이라는 생명체로 태어나 이렇게 햇볕을 쪼이며 숨을 쉬고 살아 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자연의 큰 은혜이며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 모두에게 감사하고 하루하루 삶을 아끼며 후회 없이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