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경 해군인천해역방어사령부 정훈과장 대위
무술년 새해에도 인천에서 동장군 위세가 등등하다. 매섭고 짠내가 나는 바닷바람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성실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몸을 잔뜩 웅크리게 만든다.
대한민국에서 인천의 오늘은 어떠한가. 인천은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허브 항만을 갖춘 국제도시로 거듭나고자 한다. 인천 없는 서해는 있을 수 없고, 서해가 빠진 인천은 상상할 수 없다. 인천은 우리나라 영욕이 교차하는 수많은 순간들을 함께 했다. 국력이 강할 때는 해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했지만, 국력이 약할 때는 외세 침략의 거점이었다. 국운을 결정짓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인천은 대한민국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항구도시이다.

제해권을 잃으면 국가의 명운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기원전 480년 그리스의 테미스토클레스는 지중해 패권을 지켜내며 페르시아를 물리쳤다. 1588년 당시 유럽최강의 무적함대를 이끌었던 스페인은 영국의 드레이크 제독에게 격파되며 그 명성을 잃게 된다. 1805년 호레이쇼 넬슨 제독은 트라팔가 해협에서 프랑스·스페인 연합해군을 침몰시키며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위엄을 다졌다. 이뿐만인가? 충무공 이순신 제독은 임진년 한산도에서 왜군을 격파하며 풍전등화의 조선을 지켜냈다. 바다를 매개로 한 흥망성쇠의 기록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인천해역의 역사 또한 이를 증명하고 있다. 강력한 해양력을 앞세운 열강의 침입에 대응하지 못했던 조선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운요호 사건과 강화도 조약의 굴욕을 당해야 했다. 1904년 인천해역은 조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열강의 각축장으로 바뀌기도 했었다. 반면 1950년 9월15일에는 세계전쟁사에 유례 없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켜 멎어가는 대한민국의 숨을 되돌렸다. 이처럼 인천의 바다는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결정짓는 중요한 거점이다. 대한민국 해군은 우리나라의 심장과 같은 인천해역을 불철주야 여념 없이 사수하고 있다.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장병들이 바로 그 중심에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주역들이다.

인방사의 책임해역은 수도권 서측해역 약 2200㎢에 이르며 그 면적은 여의도의 260배 정도에 달한다. 조수간만 차에 따라 책임해역의 40% 이상이 갯벌로 변하며, 140여개의 유·무인도서는 복잡하고 특수한 작전환경을 이룬다. 눈에 보이지 않는 NLL을 앞에 두고 전방 함정과 도서 전탐감시대 장병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산재한 크고작은 섬의 레이더들은 우리의 아들이자 동생 같은 장병들이 고립감을 극복하며 운용하고 있다. 수도권 서측해역을 묵묵히 지키는 이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오늘, 인천의 오늘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해군의 모체인 해방병단은 창설 이듬해인 1946년 인천에 처음으로 해군기지를 세웠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 몸을 삼가 바치나이다"라는 창군표어를 가슴에 새기며 해군의 아버지인 손원일 제독과 선배 전우들은 '조국과 겨레와 바다에' 헌신했다.

우리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장병 총원은 이러한 선배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오늘도 '임전필승(臨戰必勝)·견적필살(見敵必殺)'의 정신으로 수도권 서측해역 사수 임무에 간단없이 매진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민들이, 그리고 인천 시민들이 우리에게 기대하고 우리를 지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