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불안한 동거 이어가는 인천과 한국지엠
한국 철수를 막을 마지막 안전장치인 산은 비토권이 절실했다는 건 그만큼 한국지엠 행보가 불안했다는 의미다. 한국지엠은 2016년, 2017년 최악의 해를 보냈다.

생산량과 매출 감소세가 계속돼 누적적자가 2조원을 넘어섰다. 모기업인 글로벌 지엠은 수출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지엠에 불리한 구조조정을 벌이며 시장을 흔들고 있는 모양새다.

▲'수출 붕괴' 철수설 근원지

한국지엠 전체 매출에서 85.7%(2013년)를 차지하던 수출 매출 비중은 71.8%(2016년)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국내 매출액이 2조2268억원→3조4438억원으로 느는 사이, 수출 매출액은 13조3772억원→8조7904억원으로 급감했다. 현재 한국지엠 부평 엔진공장은 30%, 부평 2공장은 50% 안팎 공장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충격파는 밖에서 심한 모양새다. 글로벌 지엠은 2013년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에 이어 지난 3월 지엠 유럽 브랜드 오펠까지 푸조·시트로엥(PSA)그룹 매각을 결정했다. 오펠을 넘겨받은 PSA그룹은 지난 11월 한국지엠에서 수입하던 물량을 미래엔 유럽 오펠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산은 비토권 상실 이후 한국지엠 철수설이 급물살을 타게 된 계기다.

2016년 한국지엠 수출 판매대수 41만6890대에서 오펠 물량만 31.2%(13만대)에 달한다. 부평공장은 오펠로 수출하는 트랙스(수출명 모카)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2018년 핵심될 '미래발전 전망'

한국지엠 2017년 임금협상이 역대 처음으로 해를 넘긴 건, '미래발전 전망'을 놓고 노사가 타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한국지엠을 필두로 한 글로벌 지엠의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 없이는 회사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노사는 미래발전 전망을 해결 짓지 못하고 2018년 임단협으로 넘겼다.

올해도 한국지엠이 갈 길이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난해 임금협상은 말 그대로 임금 위주 협상이어서 미래발전 전망은 곧 마련될 임단협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신차 투입 등 수익성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위기 대응 매뉴얼' 지역 소통 채널 구성해야

"불러서 갔더니 정문에서 차 밑바닥까지 살피더라." 몇 달 전, 한국지엠 행사에 참석했던 인천지역 한 자치단체장 얘기다. 초청받아 간 지역 인사한테까지 까다롭게 검문검색을 벌이는 한국지엠 높은 울타리에 대한 넋두리다.

한국지엠 경영 방향에 간섭도, 예측도 힘들다면 지역에서 힘을 모아 축소·철수에 대응할 완충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지역 유력 인사들이 한국지엠 사측과 개별적인 만남 이후, 철수설은 없다며 내놓은 불안한 발언들이 전부다. 한국지엠 문제를 지역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인천지역 경제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소통창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인천지역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국지엠 문제가 명확한 소통채널 없이 진행될 경우 사측이나 인천지역이나 둘다 좋을 것이 없다"며 "지역사회가 문제를 짚고, 혹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하지 않나"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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